마포에서
얼룩진 창을 통하여
장판으로 내려앉는
희미한 햇살
햇살 속을 떠도는
먼지들의 군무
연기가 오르는
검붉은 숯불 위로
소금구이와 껍데기가
젖은 빨래마냥
척척 걸리고
순백의 대포잔을
세월인 듯 기울여가면
멀어져 간 천사들이
이제사 돌아와
마주 앉고 있네
그간 잘 살아왔는가
잔을 권하면
대답은 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먼 곳을 바라보는데
어깨 한 번 툭 치고
거리로 나서면
채 떠나지 못한
그 날의 햇살들에
눈시울이 시리고
지친 발길을 막는
아파트의 긴 그림자
담배 한 개비
마포의 경계에서
하릴없이 서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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