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마포에서

BK(우정) 2021. 7. 6. 05:47

 

 

마포에서

 

 

얼룩진 창을 통하여

장판으로 내려앉는

희미한 햇살

햇살 속을 떠도는

먼지들의 군무

 

연기가 오르는

검붉은 숯불 위로

소금구이와 껍데기가

젖은 빨래마냥

척척 걸리고

 

순백의 대포잔을

세월인 듯 기울여가면

멀어져 간 천사들이

이제사 돌아와

마주 앉고 있네

 

그간 잘 살아왔는가

잔을 권하면

대답은 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먼 곳을 바라보는데

 

어깨 한 번 툭 치고

거리로 나서면

채 떠나지 못한

그 날의 햇살들에

눈시울이 시리고

 

지친 발길을 막는

아파트의 긴 그림자

담배 한 개비

마포의 경계에서

하릴없이 서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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