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인생! 사연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

BK(우정) 2021. 6. 4. 06:18

내 아버지는~

 

내 딸, 즉 손녀에게 용돈을 주실 때

손수 만드신 빨간 봉투에 넣어주신다

홍파오~ 받는 이를 위한 축복이 담겨진

 

이제는 돋보기를 걸치시고도 삐뚤 삐뚤

 

 

아버지가 웃음 너머로

건네주시는 빨간 봉투

꼬깃꼬깃 지폐와 함께

따뜻한 맘이 담겨있는

 

아버지가 디자인하고

종이접기한 빨간 봉투

삐뚤삐뚤 모양도 각각

가는 세월이 담겨있는

 

내 아버지는~

 

힘들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음식을 보내신다

 

이번에는 3남매 가정ᆢ

편지와 그림도 넣으셨다

 

 

이슬은 햇빛을 사랑하여서 반짝이고

조약돌은 냇물을 사랑하여서 노래하고

파도는 바람을 사랑하여서 일렁이지요

 

사랑을 품으면 모두, 생명이 됩니다

 

내 아버지는~

 

당신 생신 때ᆢ무쟈게 초청하신다

내 돈을 쓰시니까ᆢ

 

 

무지/BK

 

당신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당신을 알게 되더이다

 

내 아버지는~

 

종종, 내게도 편지를 보내신다

고교 2년을 마치고

학교를 때려칠 때? ᆢ

그 때의 그 훈계, 잔소리님ᆢ으로ᆢ

 

 

예나 지금이나

익숙한 필체

아버지의 편지

 

읽기도 전에

마음이 시리고

눈물부터 고이네

 

조심 조심 살고

건강 챙기라는

아버지의 편지

 

읽는 글귀마다

살아온 세월이

슬프게 스며있네

 

예나 지금이나

익숙한 말씀

아버지의 편지

 

세월이 갈수록

한줄 또 한줄이

가슴을 저미네

 

내 아버지는~

 

유화를 즐기시지만

종종 수채화나 파스텔화도 그리신다

풍경이나 정물을 그리시지만

배경에는 쓸쓸함이 있다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아는 이들만

공감할 수 있는

 

 

나는 소년 시절에는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시는 장소에

따라가는 것이 좋았고,

청년이 되어서는 그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이 좋았으며,

중년이 된 지금은 그 그림의 장소에

머무는 것이 좋다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알고 공감하기에

 

내 아버지는~

 

19세에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하셔서

65세까지 충북 제천의 초등학교들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그래서 가끔, 내 오피스

선생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즐기신다

 

 

아버지/BK

 

앞을 헤쳐와서

거친 손마디

등짐을 지고와서

구부러진 등

 

식솔들 무탈함에

머금는 웃음

삶이 힘겨울 때

남모르는 눈물

 

한편, 내 어머니는~

 

걱정이 없으실 때는

걱정이 없다고 걱정이시다

 

아버지와 60년을 살아오시면서

걱정을 하도 많이 하셔서

80대 중반이신데 내 누이로 보인다고 한다

 

 

모친/BK

 

오랜만에 모친이 오셨다

 

한 손에는 세월을

다른 한 손에는 보따리를 들고 오셨다

 

세월을 건네 받으려 했더니

보따리를 내려 놓으신다

 

잠시 머물다 떠나신다

 

한 손에는 세월을

다른 한 손에는 긴 한숨을 들고 가신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19세, 의림국민학교 부임 초기ᆢ

어머니가 제천, 동명여중 3학년 때ᆢ

그니까, 1950년 무렵

마주치셨다는데ᆢ

 

그 다음 스토리는 나는 모른다

 

19금ᆢ이라서ᆢ

 

 

그 후로도 오랫동안, 지금까지

음주보다는 가무ᆢ를 즐기신다ᆢ

 

 

댄스 스포츠는

지방 대회와 전국 대회를 순회 출전ᆢ

 

고령자 대우?~ 덕분인지ᆢ

수상은 꼭 하신다

 

 

인생은/BK

 

돌아가는 것

 

기쁨과 슬픔

시작도 끝도 없이 빙빙 돌아가는 것

 

꿈과 시간

떠나온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

 

울 아버지와 어머니ᆢ그리고 나는

제천에서ᆢ명물이다 보니

 

시청 잡지나 향우회지 등에 단골로 등장한다

 

 

우리는/BK

 

나에게 너는

데미안, 의지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빌헬름, 편지를 띄울 수 있는

세인트 존, 기대어 쉴 수 있는

에스메랄다, 목숨바쳐 사랑할 수 있는

에스텔라, 신비롭고 동경할 수 있는

캐서린,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필리어스 포그, 믿고 따를 수 있는

헤스터, 서로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너에게 나는

싱클레어, 의지하고 도움을 청하는

베르테르, 편지를 띄우는

제인 에어, 기대어 쉬는

콰지모도, 목숨바쳐 사랑하는

핍, 신비롭고 동경하는

히드클리프, 영원히 잊지 않는

아우다, 믿고 따르는

딤즈데일,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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