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가슴에 깊숙이 꽂힌 긴 칼
주렁주렁 매단 채로
눈물마저 없는 황폐한 눈동자로
어제와 같은 세상을 보며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해는 동에서 솟아 서산을 넘고
바닷물은 밀려왔다 밀려가고
봄 꽃, 여름의 녹음, 가을 낙엽
그리고 겨울이면 내리는 함박눈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돌아오리라는 희망은 거둔 채
죽음으로 가는 마차를 타고
먼 광야를 나서는 길
붉은 하늘을 스치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