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BK(우정) 2021. 5. 18. 06:33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가슴에 깊숙이 꽂힌 긴 칼

주렁주렁 매단 채로

눈물마저 없는 황폐한 눈동자로

어제와 같은 세상을 보며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해는 동에서 솟아 서산을 넘고

바닷물은 밀려왔다 밀려가고

봄 꽃, 여름의 녹음, 가을 낙엽

그리고 겨울이면 내리는 함박눈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돌아오리라는 희망은 거둔 채

죽음으로 가는 마차를 타고

먼 광야를 나서는 길

붉은 하늘을 스치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렇게 살아가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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