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길을 걸으며
나무 십자가 길을 걸으며
십자가를 지고 간 이를 생각합니다
그를 생각하며
이름 모를 풀꽃까지
위하고 사랑하리라 다짐합니다
아는 이보다는
모르는 이를 위해
찾은 곳보다는
찾지 못한 곳을 위해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저 십자가 그늘 아래
함께 피고 지는 루드베키아
빛과 바람 아래 출렁이며
거친 땅에서도 행복한 망초꽃 무리
그 만큼의 은혜
그 만큼의 공유로도 행복한 것을
성모 마리아여
오늘도 나는
가진 것은 미루어 두고
더 가질 것을 찾지는 않았는지요
얻기 위한 기도로
당신에게 집착하지는 않았는지요
저녁 어스름이 오면
밀려오는 반성과 후회
어둠을 밝히려
작은 촛불 하나, 당신께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