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소래의 깊고 푸른 밤

BK(우정) 2021. 5. 18. 06:24

 

소래의 깊고 푸른 밤

 

가느다란 기차가 구불거리며

깊고 푸른 밤, 그늘 아래를 기어가던 날

우리는 무릎이 맞닿는 좁은 객실에서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기적은 울고, 밤이 깊어갈수록

세상의 푸른빛은 더욱 강해져

밤도 바다도 목을 넘기는 소주도

모두가 푸르게 칠해지고 있었다

한 아이는 군대에 갈 이야기를 했고

다른 아이는 어젯밤에 헤어진

애인이었던 여자아이를 이야기했다

 

기차는 어둠뿐인 역에 닿았고

칼바람 또한 푸른색으로 불어왔다

우리는 깊고 푸른 밤을 등에 지고

멀리 보이는 불빛을 향하여 걸었다

왼편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로

바다가 있다고 가늠하였다

앞선 아이가 손전등인냥 무는 담배

우리는 휘청이는 걸음을 부축이며

다음 주에 입영할 아이와

어제 실연당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가오지 않는 불빛을 향하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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