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산책길에

BK(우정) 2021. 5. 17. 20:07

 

산책길에

 

저기였던가

기다리던 곳이

오랜만에 와도

별반 변한 게 없네

 

가을 바람이

끝무렵 장미꽃들을 흔들던 날

내일이면 다시 만날듯

그렇게 이별을 했네

 

어쩌면

만나고 느끼는 만큼이나

마음에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도

사랑의 방법으로 생각했을까

 

어쩌면

청춘의 빛나는 날

우리의 싱그러운 얼굴 그대로

머물고픈 욕심이었을까

 

빛나도록 슬픈 웨딩의 날을

밀폐된 공간 속에 꼭꼭 감추고

평생 그 날만을 살아가던

하비샴 부인의 옛이야기처럼

 

그렇게 이별을 하고

그렇게 시간은 가고

계절은 수도 없이 바뀌었어도

마음 속 모습은 변함이 없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이 가까이 있었네

그 마음도 그 모습도

바람에 흔들리던 장미 넝쿨도

 

 저기였던가

 헤어지던 곳이

 오랜만에 와도

 별반 변한 게 없네

 

 

'우정의 글 > 우정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일로 창고극장  (0) 2021.05.18
삶의 외로움에 쓰러져 갈 때  (0) 2021.05.18
  (0) 2021.05.10
사랑 (종로문학, 2017년)  (0) 2021.05.10
비 오는 밤, 외등 아래  (0) 202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