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저기였던가
기다리던 곳이
오랜만에 와도
별반 변한 게 없네
가을 바람이
끝무렵 장미꽃들을 흔들던 날
내일이면 다시 만날듯
그렇게 이별을 했네
어쩌면
만나고 느끼는 만큼이나
마음에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도
사랑의 방법으로 생각했을까
어쩌면
청춘의 빛나는 날
우리의 싱그러운 얼굴 그대로
머물고픈 욕심이었을까
빛나도록 슬픈 웨딩의 날을
밀폐된 공간 속에 꼭꼭 감추고
평생 그 날만을 살아가던
하비샴 부인의 옛이야기처럼
그렇게 이별을 하고
그렇게 시간은 가고
계절은 수도 없이 바뀌었어도
마음 속 모습은 변함이 없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이 가까이 있었네
그 마음도 그 모습도
바람에 흔들리던 장미 넝쿨도
저기였던가
헤어지던 곳이
오랜만에 와도
별반 변한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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