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비 오는 밤, 외등 아래

BK(우정) 2021. 5. 10. 06:46

 

비 오는 밤, 외등 아래

 

봄비가 이리도

구슬피 내리고 있나

떠날 이도

돌아올 이도 없는

3월의 마지막 밤에

누구를 어디를

생각하라는가

 

밤이 더 깊어진들 무엇하랴

비가 더 내린들 무엇하랴

저기 홀로 선 외등

한껏 비추는 빛도

빛이 가는 거리도

그만큼인데

 

외등 아래에 멈춘

외등을 닮은 사내도

그만큼만 그리워하고

서러워할 뿐인데

 

밤이 깊어도

비가 내려도

가슴에서 캐어낼

그 축축한 심연 덩어리

세월이 가져가고

나이가 쓸어가고

한 줌만이 남아 있는데

 

그리워서 좋은 날

서러워서 좋은 날

기억을 찾으려

빈 주머니를 다시 뒤져도

그 희미한 기억마저

시간에 실려 가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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