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말 같지 않을 이야기를 나눌
벗 하나 있으면 좋겠다
기억나지 않을 이야기를 나눌
벗 하나 있으면 좋겠다
원초적 본능인 희로애락을
사우나에서 묵은 때를 벗기듯
속 시원히 털어낼 수 있는
벗 하나 있으면 좋겠다
위로도 공감도 아닌
그저 고개만 끄덕여 주는
가끔 헛웃음으로 웃어넘기는
벗 하나 있으면 좋겠다
계절에 한 번쯤 우연으로 만나
그냥 그 시간 동안은 진솔한
돌아서면 각자 열심히 살아갈
그런 벗 하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