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사람과 예술

안톤 체호프

BK(우정) 2020. 12. 5. 08:20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작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는 의사다. 그는 가난한 잡화상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빚에 쪼들린 일가족이 열여섯 살 체호프만을 남겨두고 야반도주를 한 적도 있다.

그는 러시아 모스크바대학 재학 중 유머 잡지나 신문에 단편과 잡문을 쓰고 열심히 생활비를 벌었다. 스물 네 살에 의사 자격을 받았다. 의대 교수가 되고자 박사과정을 밟으며 의료사회 연구를 했다. 열악한 사회적 조건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선과 복지만이 답이 아니라는 제안을 담은 논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논문은 지나치게 사회적이라는 이유로 거부되었고, 체호프는 교수의 꿈을 접었다. 서른한 살에 모스크바 남쪽으로 80킬로미터 떨어진 멜리코바(Melihkova)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 상태를 꼼꼼히 기록했고, 열심히 왕진을 했다. 빈곤한 환자에겐 진료비를 안 받았다. 환자들은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걷거나 마차를 타고 와서 새벽부터 병원 앞에 줄을 섰다. 그러나 돈은 거의 벌지 못했다.

 

체호프는 ‘어느 관리의 죽음’ ‘귀여운 여인’ 등을 비롯한 400여편의 단편소설과 ‘이바노프’ 등 여섯 편의 장편 희곡을 썼다. 주인공은 평범한 말로 평범한 삶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희망과 기회를 잃어버리고, 위로와 피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수용이다. 이야기는 끝이 열려 있지만 때로는 충격적이고 비판적인 삶의 조각으로 여운을 남긴다.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진료를 계속했던 체호프는 종종 “의학공부와 수련은 나의 문학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엔 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벚꽃 동산(The Cherry Orchard)’을 제외하곤 거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바노프’의 의사 리보프(Lvov)는 이바노프의 우울증을 알아채지 못하고, 이바노프의 아내의 결핵도 치료하지 못한다. ‘갈매기’의 시골의사 돈은 30년 진료에 지친 탓에 리보프처럼 실수가 잦고 서툴다. ‘세 자매’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의사 체부티킨은 의학 지식을 모두 잊어버렸다고 인정한다.

 

아울러 체호프는 ‘바냐 삼촌’의 시골 의사 미하일 아스트로프의 목소리를 빌려 말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앉지도, 쉬지도 못하지, 밤에 이불덮고 누우면 언제 또 환자에게 불려나갈까 겁나지.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그 세월 내내, 난 단 하루도 자유로운 날이 없었어.”(박현섭 역) 체호프는 의사와 환자의 상태와 심리를 매우 정확히 묘사했고,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 유머, 공감과 순전한 동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철저한 의학적 관찰 경험이 문학에 다면성과 독특함을 가져다준 뚜렷한 영향으로 평가되고 있다.

 

첫 각혈은 1884년에 발생했다. 둘째 형 니콜라스를 결핵으로 잃었음에도, 독감 정도라며 치료를 거부했다. 병은 악화되었고 1897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얄타로 갔다. 하지만 철저히 안정 요양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듣지 않고 여전히 치료를 소홀히 했다. 병세는 더 나빠져 더 적극적 요양을 위해 독일의 온천휴양지인 바덴바일러(Badenweiler)로 갔다. 그러나 결핵은 호전되지 않았다. 1904년 7월 15일 새벽 3시, 아내와 의사 곁에서 심한 고열을 호소하더니 ‘오랜만에 마셔보는 샴페인… 맛이 좋네…’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장례식엔 체호프를 아꼈던 레오 톨스토이도 참례하였다.

 

체호프(왼쪽)와 톨스토이. 1901년 얄타 가스프라 온천. 톨스토이는 여러 번 문병을 왔다.

 

의사생활 4년째인 스물여덟 살의 작가 체호프가 친구 알렉세이 수보린(Alexei Suvorin)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직업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더 자신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의학은 나의 합법적 아내(lawful wife)이고, 문학은 나의 정부(情婦, mistress)다. 한쪽에 진저리가 나면 다른 쪽과 밤을 보낸다. 변칙이긴 하지만 덜 지루하며, 게다가 두 사람 누구도 나의 부정(不貞)때문에 잃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의사 체호프에게 문인 체호프는 외도자(外道者)였다.

 

이상, 출처; 의학신문

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6275

 

 

www.kyobostory.co.kr/contents.do?seq=1102

 

 

[교보생명 광화문 읽거느] 평범한 삶 속에서 진실을 찾다, 안톤 체호프

희곡 <갈매기>와 <바냐 아저씨> 등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는 인생의 소박한 진실을 찾고자 노력했다.

www.kyobostory.co.kr:443

 

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8511

 

[Opinion] 대단하지 않은 사랑의 낯선 포착 - 체호프 ② '사랑' 테마 단편소설 편 [문학]

[Opinion] 대단하지 않은 사랑의 낯선 포착 - 체호프 ② '사랑' 테마 단편소설 편 [문학]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 ART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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