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사람과 예술

마르틴 루터, 영화 Luther

BK(우정) 2020. 9. 26. 07:26

세 찬 비가 쏟아져 내린다. 언제까지 퍼부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 비 보다 더 두려운 천둥번개가 마치 하나님의 노여움처럼 이 땅을 향해 내리 꽂힌다. “살려주세요!” 그저 땅에 엎드려 비는 수밖에 없다. “저는 수도사가 될 겁니다, 주님에게 바쳐질 몸입니다!” 이 한 몸을 바치겠다고 아무리 빌어 봐도 하나님의 노여움은 멈출 줄 모른다. 영화 ‘루터(Luther)'의 시작 장면이 의미심장합니다. 왜 하나님은 자신의 어린 양에게 저런 무서움을 주는 것일까요. 이 영화를 관통하는 건 바로 그 ’공포감‘입니다.

 

루터(Luther, 2003)감독: 에릭 틸출연: 조셉 파인즈(루터), 브루노 간츠(슈타우비츠), 알프레드 몰리나(존), 피터 유스티노브(프리드리히), 우베 옥센크네히트(레오 10세) 별점: ★★★ - 지루하지 않은 빠른 전개, 다소 과한 연기


종교권력이 강했던 중세시대에 로마로부터 파문을 당하고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만큼 두려운 게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종교에 대한 두려움 뒤에 사실 돈이 숨어 있었다고 한다면 기분 나쁠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게는 지옥에 떨어지는 것보다 교회에 내야 하는 세금이 더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우선 ‘교회세’의 시작부터 알아봅시다. 교회세는 십일조에서 시작합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수확한 생산물의 1/10을 사제왕 메르키세데크에게 납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레위기는 ‘땅에서 나는 곡식이든 나무에 열리는 열매이든 땅에서 난 것의 십분의 일은 야훼의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은화 한닢을 내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함이었습니다. 사진=다음영화


십일조는 처음엔 자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585년 마콘 2차 지역 공의회에서 법적인 의무로 규정합니다. 이어 800년 무렵 프랑크왕국의 카롤루스 대제의 천명에 따라 국세의 성격을 띄게 되고, 1140년 수도자 그라티아누스가 쓴 교회법령집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세금으로 못을 박아 버립니다. 오무라 오지로의 ‘탈세의 세계사’를 보면 교회세는 해당 지역 교회에 납부해야 했고, 그렇기에 교회가 없는 곳에 교회를 지으려는 ‘비즈니스’도 활발해 집니다. 돈이 있는 유지나 귀족들은 자신들의 지역에 자신들의 교회를 지어 징수권을 얻으려고도 했으며 이로 인해 교회세 분쟁도 발생하게 됩니다. 셰익스피어는 ‘십일조 채권’을 구입해 노후 대비를 했다고도 합니다. 이쯤 되면 십일조는 종교적인 게 아닌 경제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교회세는 결국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충돌까지 만들어 냅니다. 그 사건을 우리는 ‘아비뇽의 유수’라 부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영국과의 전쟁을 위해 프랑스 내 교회령에 세금을 부과하려 하자 교황 보니파시오 8세가 과세를 금지 시켜버립니다. 그러자 필리프 4세는 보니파시오 8세를 납치해 버리고, 이 시기 보니파시오 8세가 병으로 죽어 버립니다. 필리프 4세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로마에 프랑스인 교황을 세우려 했고 그렇게 선출된 클레멘스 5세는 교황청을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겨 버립니다. 아비뇽 유수에 깔린 배경은 교회세로 인해 정치권력이 세금을 원하는 만큼 징수하지 못해 생긴 일입니다. 교회세는 정률제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교회에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봉건제 하에서 자신의 영토에서만 세금을 거둘 수 있었던 왕들은 이로 인해 그리 넉넉한(?) 세금을 가져갈 수 없었죠.


프랑스가 교황을 납치했다면 영국은 아예 ‘성공회’라는 종교를 만듦으로써 교회세를 피해갑니다. 헨리 8세는 1534년 영국국교회를 만들고 자신이 직접 수장이 됩니다. 헨리 8세는 6번의 결혼으로 유명하고 스페인 왕녀 캐서린과의 결혼으로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파문들 당했지만, 이 또한 로마 가톨릭과 갈라서기 위한 빌미를 일부러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덕분에 헨리 8세는 영국 내 가톨릭교회 재산과 함께 교회세를 자신의 손에 넣었습니다. 헨리 8세가 성공회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화 루터에 나오는 ‘면죄부’가 작용합니다. 영화에서처럼 면죄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듯 했지만 반발도 컸습니다. 특히 교회세와 함께 마치 강요되는 듯 면죄부를 사야하는 분위기는 교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갔습니다.

 

성 베드로 성당 전경. 사진=픽사베이

 

바티칸 시티 남동쪽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웅장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 성당은 1506년에 시작돼 1626년까지, 무려 120년이나 걸려 완성됐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을까요? 당시 면죄부 가격은 신분별로 차이가 있다고 하며 일반 국민들은 1/4플로린, 지금으로는 장당 10만원 정도 하는 가격이었습니다. 1/4플로린은 당시 6개월 정도의 집세, 송아지 3마리를 살 수 있는 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면죄부를 사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마르틴 루터는 95개 논제를 통해 면죄부를 판매하던 교회를 비판합니다. 특히 41조부터 57조까지는 면죄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오, 신이시여... 사진=다음영화


종교 개혁의 원인을 레오 10세에게만 돌리는 건 너무해 보입니다. 성베드로 성당은 이미 그가 교황에 오르기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으며 면죄부는 십자군 전쟁 때부터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레오 10세는 돈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80만 두카트의 빚을 남길 정도로요. 1두카트는 현재 금액으로 약 15만원 정도라 하니 1200억원에 달합니다. 종교인의 씀씀이 치고는 꽤나 과합니다. 레노 10세가 자선 사업도 많이 했다고 하지만 금전 감각이 없어서 돈을 뿌린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인쇄술의 등장은 마르틴 루터의 성경이 널리 퍼져 나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사진=다음영화

 

영화 루터는 이런 말을 합니다. “악마는 인간의 약점에 훤하다.” 또 이런 말도 합니다. “아무리 죄를 지었어도 교회는 교회네, 무기력과 두려움만 남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마르틴 루터는 라틴어로 쓰인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합니다. 대중이 직접 성경을 읽어보고 교회가 인간의 약점인 두려움을 건드려 생긴 공포감을 없애라는 의미였을 겁니다. 또 그 공포감 뒤에 숨어 있는 교회의 돈에 대한 의지를 알라는 거였겠지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교회는 어떻게 보이시나요.

이상, 출처 : 톱데일리(http://www.topdaily.kr)

www.top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7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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