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일상의 상식

보리밭에서 펍으로

BK(우정) 2020. 10. 23. 05:59

밝은 노란색의 가벼운 맥주와 암흑처럼 어두우면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맥주의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 맥주의 색상과 알코올 도수, 바디감(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을 결정하는 재료는 바로 보리다.

 

어떤 보리가 선택되나

 

맥주의 주재료는 보리다. 밀, 호밀, 귀리, 쌀 등 다양한 곡물이 맥주 양조에 쓰이지만 기본 재료로 보리가 들어간다. 많은 곡물 중에서 보리가 맥주 양조의 주인공이 된 것은 발효의 원료가 되는 전분의 함량이 높고 화학 작용을 돕는 효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 보리나 맥주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맥주를 만들 때는 껍질이 종자와 밀착돼 잘 떨어지지 않는 대맥(겉보리)이 사용된다. 맥주 양조에 있어서 보리의 껍질은 맥즙에서 불순물을 거르는 여과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껍질이 잘 떨어지는 보리는 나맥(쌀보리)이라고 불리며 밥을 지어먹는 보리다.

 

두 줄 보리(왼쪽)와 여섯 줄 보리ⓒWikimedia Commons-Xianmin Chang

 

맥주 재료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보리의 유형도 고려된다. 보리 낱알이 여섯 개씩 배열돼 있는 여섯 줄 보리보다는 두 개씩 배열된 두 줄 보리가 맥주 양조에 더 유리하다. 두 줄 보리는 여섯 줄 보리에 비해서 알곡이 크고 전분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또 두 줄 보리는 맥주의 혼탁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단백질 함량이 낮고 쓴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있는 껍질도 얇다. 두 줄 보리는 100% 보리로 만드는 맥주(올몰트 비어)에 주로 사용되고 여섯 줄 보리는 쌀, 옥수수 등을 섞어 만드는 맥주에 많이 쓰인다.

 

맥주는 엿기름으로 만든다?

 

수확한 보리 그 자체로 맥주를 만들 수는 없다. 보리 안에 있는 전분을 당으로 전환시켜주는 과정(당화 과정)이 필요하다. 효모가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맥주는 효모라는 단세포생물이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알코올 발효를 해야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효모는 전분과 같이 큰 분자의 물질은 흡수하지 못하고 당과 같은 작은 분자만 흡수 가능하다. 효모가 활동할 수 있도록 전분을 당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리를 맥아(몰트)로 만든다. 맥아는 보리의 싹을 틔운 후 싹을 제거하고 열을 가해 구운 것이다. 맥아는 기본적으로 식혜나 엿을 만들 때 쓰는 엿기름과 같다. 맥주 양조장에 들어서면 식혜를 만들 때 나는 달달한 냄새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혜는 보리를 엿기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당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고, 맥주는 이 당을 이용해 알코올 발효를 시킨 것이다.

 

다양한 색상의 맥아 ⓒ flickr

 

맥아가 엿기름과 다른 점은 열을 가해 마이야르(Mailliard)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마이야르 반응은 양파를 볶을 때 갈색으로 변하면서 단맛이 생성되는 것과 같은 반응으로 맥아에서 구수한 맛, 볶은 맛, 빵 맛 등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얼마나 열을 가하느냐에 따라 맥아의 색상이 결정되고, 맥주의 색상은 이 맥아의 색상에 따라 달라진다. 또 일반적으로 양조 시 맥아를 많이 투입할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고 맥주가 묵직해진다. 효모가 흡수할 당이 풍부해 그만큼 많은 알코올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량의 알코올과 발효되지 않고 남아있는 당이 만들어내는 점성이 맥주에 무게감을 더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역할 하는 효소

 

효소는 맥주의 4대 재료(맥아, 홉, 효모, 물)에 속하지 않지만 효소가 없다면 맥주를 만들 수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리가 맥주가 되기까지는 많은 화학작용이 필요한데 고분자 단백질인 효소가 화학적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보리에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은 효소의 역할 덕분이다. 보리에 수분을 가하면 보리 안에 있던 효소가 활성화돼 싹이 난다. 보리를 맥아로 만드는 것도 보리에 존재하는 효소를 활성화하거나 생성하기 위한 것이다. 맥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효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분 분해효소(α-아밀레이스)다. α-아밀레이스 효소가 보리 속의 전분을 당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후 양조과정에서도 효소는 복합 탄수화물 분해, 단백질 분해 등을 하면서 맥주를 완성한다.

 

아밀레이스 효소의 작용 ⓒ Wikimedia Commons-BQmUB2012134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www.sciencetimes.co.kr/news/%eb%b3%b4%eb%a6%ac%ea%b0%80-%ed%95%9c-%ec%9e%94%ec%9d%98-%eb%a7%a5%ec%a3%bc%ea%b0%80-%eb%90%98%ea%b8%b0%ea%b9%8c%ec%a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