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일상의 상식

고어텍스

BK(우정) 2020. 4. 25. 15:35

군대는 야외에서 작전 및 훈련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야외 환경은 여러 모로 실내만큼 편안하지 않다. 늘상 바람이 불고, 날씨는 춥거나 덥다. 눈비도 내린다. 그리고 맨몸의 인간은 이러한 자연 환경에 적응하고, 최대한의 활동성을 내기 어렵다. 인간은 이렇게 적대적인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의복을 만들어 입었다. 그러나 과거의 의복용 섬유, 특히 천연 섬유로 이루어진 의복들은 인간이 원하는 수준의 성능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합성 섬유 시대 초기의 의복들 역시 오십보 백보였다. 시원하면 물이 새거나, 물이 안 새면 공기도 통하지 않거나, 뭐 이런 식이었다. 특히 기존의 화학섬유제 우의는 외피는 나일론 또는 폴리에스테르, 내피는 폴리우레탄으로 되어 있어 방수성은 있으나 투습성과 통기성이 없었다. 입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더웠다. 그리고 착용자의 몸에서 나오는 땀도 배출시킬 수 없었다. 착용감은 더운 여름에 특히 최악이었고 무수한 땀띠를 양산했다. 겨울에는 활동해서 생긴 땀이 얼어버려 동상이 걸려버리기도 했다.


우연한 실험 결과가 낳은 고어텍스


지난 1969년에 미국의 발명가 윌버트 L. 고어와 그의 아들 로버트 W. 고어가 만든 새로운 섬유인 고어텍스는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제품이었다. 그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상품명 테플론)에 열을 가해 늘리는 실험을 하다가, 적절한 조건 하에서 늘리면 무수한 미세 다공 구조가 생기는 것을 우연히 알아낸다. 바로 이 미세 다공 구조의 구멍 크기를 적절히 조절해서, 물 분자는 통과시키지 않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크기가 작은 수증기(땀) 분자는 통과시키는 크기로 만들면 바로 우리가 요즘 다양한 용도로 잘 사용하고 있는 고어텍스의 재료인 팽창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PTFE)이 되는 것이다.


고어텍스에 쓰이는 ePTFE는 1제곱센티미터당 14억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미세 다공 구조이며, 구멍 하나의 지름은 1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빗방울 굵기의 2만 분의 1 정도다. 그러나 지름이 0.0004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수증기 분자보다는 훨씬 크다. 고어텍스 우의의 구조는 크게 보면 합성섬유제 외피와 내피 사이에 ePTFE 층 2겹이 들어 있는 3중 구조다. 두 ePTFE 층의 미세 다공 구조는 좀 다르게 되어 있다. 안쪽 ePTFE 층은 두께가 얇고 수증기는 매우 잘 빨아들이지만 물방울은 빨아들이지 않는(방수 투습), 친수성 층이다. 이 친수성 층은 착용자의 몸에서 나온 수증기 형태의 땀을 받아들여 확산 작용을 통해 바깥쪽 ePTFE 층으로 옮긴다. 침투 및 모세관 작용을 통해 수분이 이동하는 다른 섬유와는 달리, 고어텍스는 외부와 내부의 수분 농도의 차이에 따라 수분이 이동하는 구조다.


바깥쪽 ePTFE 층은 안쪽 ePTFE 층보다 두께가 두껍다. 이 층 역시 방수 투습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그 방수성은 안쪽 내피보다 더욱 뛰어나기 때문에 혐수성 층이라고 불린다. 이 혐수성 층 때문에 고어텍스의 외부에서 온 액체 상태의 물은 섬유 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두 장의 ePTFE 층을 덧대었기 때문에 외부 수분으로부터 더욱 확실한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단열 보온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방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봉선 안쪽에도 고어텍스 심실링 테이프가 부착된다.


군대에서 고어텍스는 군용 방한복이나 전투화, 방한화의 소재로 사용된다. 고어텍스를 적용한 군용 피복류는 방수성, 통기성, 투습성을 지니고 있어 내부에 땀이 잘 차지 않는다. 따라서, 겨울에도 피복 속에 땀이 고여 얼어버리고 이것이 동상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등장한 지도 50년이 넘게 지난 현재, 고어텍스 피복은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 군대에 보급되어 있다. 이 고어텍스 피복 때문에 극한 조건에서 목숨을 구한 장병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부단한 연구 개발, 그리고 우연이나 실수의 산물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열린 사고방식이 고어텍스와 같은 편리한 발명품을 낳은 것이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며 많은 유사품 만들어내


피복 외에도 고어텍스는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미세 다공 구조를 십분 활용해 이식 수술 시 환자 본인의 조직 세포가 자랄 공간인 담체의 소재로도 쓰인다. 오래 된 장식 사본의 보존에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필터와 절연재의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고어텍스 관련 미국 특허는 지난 1976년과 1980년에 취득되었다. 미국 특허의 존속기간은 20년이다. 이 기간이 지난 현재 시장에는 무수한 고어텍스 모방작이 존재한다. ‘이벤트’, ‘심파텍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파타고니아 사의 ‘H2No’, 로한 사의 ‘바리케이드’, 노스페이스 사의 ‘드라이벤트’ 등이 고어텍스의 영향을 받아 개발된 방수 투습 소재들이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84%ac%ec%9c%a0%ec%97%85%ea%b3%84%ec%9d%98-%ed%98%81%eb%aa%85%ec%9d%84-%eb%b6%88%eb%9f%ac%ec%98%a8-%ea%b3%a0%ec%96%b4%ed%85%8d%ec%8a%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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