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BK
빛과 숲/우정
빛을 보고플 때는 숲으로 간다
숲에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신만이 빚을 수 있는 색들이 있다
실로 경이로운 색, 그 빛을 본다
바람이 불면 빛의 율동을 본다
작은 잎들에서 숱한 각도로 반사되는
그 빛들의 편린, 찬란한 군무
바람이 불면 높은 하늘을 본다
코발트 블루 캔버스에
제멋대로도 질서정연하게도 아닌
경이롭게 펼쳐지는 천연 모자이크들
빛의 시간이 보고플 때는 숲으로 간다
저 멀리서 다가와서 정점을 지나는 빛
그 빛은 쉴새 없이 그늘을 만들고
작게 흔들리며 크게 움직이는
빛을 본다 시간을 본다
무지개 빛을 수만 개로 잘게 나눈
제 각각의 편린들
그들의 거대한 질서
이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형형색색 낙엽의 융단 위에
찬란한 빛의 커튼을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