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생각들/BK의 원고 기고

군(軍)에 적용될 수 있는 디스플레이

BK(우정) 2020. 3. 7. 10:58

 

()에 적용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주병권 교수, 고려대학교

 

 (bju@korea.ac.kr, http://blog.daum.net/jbkist)

 

 

 

뉴스 레터, 창간호의 기고를 시작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여기에서는 군()에 적용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을 살펴보죠.  아시다시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한국 산업에서 선두 주자, 즉 효자 산업입니다.  반도체는 미국의 인텔 등과 선두를 다투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단연코 1등입니다.  여기에서 1, 혹은 선두란 말은 기술과 생산량, 그리고 수익 모두에서의 최고를 의미합니다.  조금 더 면밀히 들어가 보면, 반도체의 경우, 양대 산맥 중에서 메모리 분야는 확실한 1, 다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아직은 미국 회사들에 못 미쳐서 추격 중이지요.  디스플레이의 경우, 양대 산맥은 액정 디스플레이(LCD, Liquid Crystal Display)와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ode)입니다.  1 ~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공히 세계 1위였는데, 얼마 전부터 LCD 분야는 중국에 1위를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OLED 분야에서 확실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죠. 다행인 점은 LCD는 이미 성숙된 기술이며, OLED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기술, , 보다 미래의 디스플레이 기술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OLED의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림 1. 디스플레이의 폼 팩터 변천

 

 

 

다만, 기술은 언젠가는 포화되며, 기술이 더 발전하더라도 소비자가 크게 인식을 하지 못하는 한계에 도달합니다.  이 시점부터는 가격과 생산, 소비 물량의 싸움입니다.  디스플레이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경우, 인건비와 원자재 값에서 우리나라보다 유리하고, 또 거대한 인구로 인하여 내수 시장 크기에 단연코 위협적입니다.  , 기술이나 제품 수준이 같아지면, 우리나라가 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구도이죠.  그래서 우리는 선도자로서 항상 다음에 갈 길, 추격자를 따돌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지만, 그 길은 기술로만 결정되지 않고, 가격, 소비자의 욕구, 그리고 해당 국가의 지원 등이 변수가 되기에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 기술과 성능은 언젠가 한계 혹은 포화 상태에 이르므로 지금처럼 선두일 때 선두만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 중 하나가 폼 팩터(form factor), 즉 디스플레이의 모양과 생김새를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더 얇고 가벼움은 물론, 휠 수 있고(flexible), 접을 수 있으며(foldable), 말 수 있는(rollable) 디스플레이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응용 분야들을 열어갈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는 디스플레이의 3대 시장, 휴대폰, 모니터, 그리고 TV가 시장을 이끌어왔습니다.  폼 팩터를 다양하게 진화시키면서 응용 분야는 확대될 수 있죠. 예를 들면, 예술 표현용 디스플레이, 의료 및 로봇 수술용, 웨어러블, 가상 및 증강 현실용(AE/VR), 스마트 윈도우 및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들, 신개념 조명, 디지털 사이니지, 그리고 높은 내환경성을 갖춘 아웃 도어용 디스플레이 등으로 말입니다.  이 중 하나가 군이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즉 군수용 디스플레이입니다.

 

 

 

 

 

 

 

 

 

 

그림 2. 군수용 디스플레이의 일례 (HMD, HUD, 상황판 등)

 

 

 

군수용 디스플레이의 용도를 살펴보면, 먼저 병사 개개인이 사용하는 기기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주변 상황을 인지, 혹은 감시하고, 정보를 받고 보내며, 장비들을 제어하는 목적이 부각되죠.  어느 경우든 휘거나 말고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간편하고,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 혹은 앞으로 3년 이내에 완성될 플라스틱 기반의 유연 OLED 기술로 가능합니다.  전차나 전투기 조종사들은 헬멧 부착형(HMD, Helmet Mounted Display)이나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Head-Up Display)들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역시 공간이나 인체의 곡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연 OLED 기술과 함께, 어지러움을 막고 선명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높은 해상도와 고화질의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죠.  현재 OLED 기술은 수 천 ppi(pixel per inch)급의 분해능과 자연색을 대부분 커버할 수 있는 색의 범위, 그리고 현실과 별 차이가 없는 영상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개인 혹은 여럿이 함께 보는 상황판이나, 모니터 등에 충분히 적용 가능하며, 설치 장소도 주변의 밝기, 혹은 실내와 실외, 악천후의 환경 등에도 적용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만들어갑니다.  , 개인 병사의 휴대, 간편성, 조종사들의 편리함과 정보 제공 능력, 그리고 공공 장소나 실외에서의 가독성, 내구성 등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아울러 낮은 전력 소모로 장시간 작동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기의 기술적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림 3. 한국이 선도할 현재, 그리고 미래의 디스플레이

 

 

 

물론, 현재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군수용으로 완전히 적합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기술보다는 교류와 협력의 문제이죠.  , 기술은 준비되었고, 추가 기술의 확보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군수용 디스플레이를 향한 논의가 시작이 되고, 연습이나 훈련 현장에서의 요건, 군사 작전이나 전장에서 요구되는 스펙이 제시된다면 개발자들은 기술 개발 로드맵을 만들어 가겠지요. 기술의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도 모바일 기기로부터 초대형 TV에 이르기까지 디스플레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으며, 적용 현장이 바뀌더라도 이에 대응하는 기술들은 충분하니까요.  그리고 한국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부동의 세계 1위로 LCD를 지나서 OLED를 넘고, 나가가서는 양자점 디스플레이(QLED, Quantum-dot Light Emitting Diode)와 마이크로 LED에 이르기까지 선두를 지켜갈 터이니까요.  제가 전하는 메시지가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유익한 동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