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명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아나지 않았다. 문명지도로 보면 그리스는 본토와 키클라데스 제도, 크레타 섬으로 삼분되는데 당시 앞서가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의 영향을 받아 크레타 섬에는 미노스 문명이 있었고 키클라데스 제도에는 키클라데스 문명이 있었고 본토에는 미케네 문명이 있었다. 이 세 문명을 통칭하여 에게문명이라 하며 최후의 생존자는 미케네 문명이다. 이들은 모두 청동기 시대의 문명들로서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며 대략 3650 BC-1100 BC까지 존속하였다. 미케네 문명이 쇠퇴의 길로 들어선 1100 BC이후 약 350년간 그리스에는 암흑기가 나타났고 이 암흑기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발표됨으로써 마감된다. 두 서사시의 출현자체가 마치 말라기 이후 계속되던 침묵의 시기를 깨뜨린 세례요한의 등장과 같은 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지은 고대 그리스 시인이다. 호메로스를 호머, 일리아스를 일리아드, 오디세이아를 오딧세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모두 영어식 표기이다. 그는 800 BC-750 BC경에 살았으며 세익스피어, 단테, 괴테와 함께 서양의 4대 문호로 불린다. 오디세이아 제8권에 보면 트로이 전쟁을 노래하는 소경시인 데모도코스가 등장하는데 본인의 처지를 빗댄 것이 아닌가 하여 그를 소경으로 보기도 한다. 한때 그가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며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도 그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널리 받아 들여지기도 했으나 요즘은 그의 실존과 함께 두개의 서사시가 모두 그의 작품임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로 쓰여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작품이자 최초의 작품이기도 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의 문학 예술 교육 문화의 거대한 기초가 되었다. 그리스 문명을 알려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부터 알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그리스 인들의 의식과 사고의 바탕이 되어 있다. 일리아스는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웅 아킬레우스의 무용담이고 오디세이아는 트로이와의 전쟁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가 이곳저곳을 떠돌며 겪게 되는 파란만장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메로스는 인간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해 보려고 몸부림친다. 호메로스의 위대함이라면 이미 수천 년 전에 우리를 향해 이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닐까.
아가멤논의 불공정한 분배에 격분하여 전장을 이탈하고 아군이 패퇴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던 아킬레우스가 자기 생명과도 같은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통해 크게 뉘우치고 복귀하여 종내는 자기가 죽어야 함을 알면서도 굴하지 않고 싸워 적장 헥토르를 무찌르고 조국에 승리를 안기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변화! 고난을 통해 우정과 명예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불퇴전의 용기! 타인의 슬픔을 깊이 공감하여 그 슬픔에 연대할 줄 아는 아량! 호메로스는 그를 통해 우정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공동체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와 약자에 대한 아량을 갖춘 자가 진정한 영웅임을 웅변한다.
이상, 출처; 크리스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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