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사람과 예술

파스칼과 팡세, 그리고...

BK(우정) 2020. 3. 3. 05:09

프랑스의 사상적 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들 중 하나인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는 ‘사색집’이라는 뜻이다. 파스칼이 생전에 틈틈이 기록해 두었던 800여 개의 메모들을 토대로 그가 죽은 후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완성한 작품(1670년)이다. 자연수를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한 저 유명한 ‘파스칼의 삼각형’을 만든 천재 수학자, 진리를 위해 싸운 운동가, 뛰어난 통찰로 종교와 과학을 결합시킨 신앙인 파스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보석 같은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기독교 신앙을 이미 가지고 있는 신앙인이 읽는다면 믿음의 깊이가 더해지고 한층 더 풍요로워 질 것이요, 무신론자나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이들이 읽는다면 이런 저런 이유로 기독교에 관해 가지고 있었던 오해와 반감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기독교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 하는 사람에게도 ‘기독교를 믿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 수 있을 만한 책이다. 그러나 꼭 기독교 신앙과 연관시켜 읽으려고 무거운 중압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창조주 하나님과 그리스도 예수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성경도 누구나 한 번 쯤은 읽는 베스트셀러이듯 팡세도 고상한 지적 수준을 풍기려는 이들이라면 머리맡에 두고 꼭 읽어 볼만한 책이다.


1623년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세무원장의 아들로 태어난 파스칼은 어릴 때부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머리는 매우 영민해서 14살 때 과학자들 모임에 참석했고, 1640년 ‘원추곡선론’을 발표하고 계산기를 만드는 등 수학과 물리학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자신의 탁월한 두뇌를 너무 믿었던 탓인지 절대자나 하나님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젊은 시절에는 주로 프랑스 사교계에서 지위 높으신 분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뽐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1654년 파스칼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불의 밤’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말하자면 강력한 영적 체험이다. 그 신비스러운 체험에 온 몸과 영혼이 사로잡힌 그는 양피지 조각에 상세히 체험 내용을 기록한 후 8년 간 옷 속에 간직했다. 기록의 상단에는 빛으로 둘러싸인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는 “예수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 나는 당신을 저버리고 도망가고 부인하고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이제 난 절대로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는 회심과 환희의 신앙 고백이 새겨져 있다.


팡세는 한 마디로 ‘기독교 변증법’에 관해 파스칼이 논리적으로 풀어 쓴 글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는 팡세에서 성경과 교회 역사,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인간의 한계를 강조한 뒤 신앙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와 관련해 파스칼은 “인간은 오류 투성이인 주체일 뿐이다. 그 오류는 천부적인 것이라서 하나님의 은총 없이는 벗어날 수 없다.”라고 못 박고 있다. 영적 체험 이후, 파스칼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비참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은 완전함을 원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발견할 따름이다. “하나님을 떠난 자의 비참함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인간 마음의 빈약함을 보여주는 것도 없다. 하나님 앞에서 교만한 것보다 더 비열한 일은 없다”라고 썼다.


그렇다면 자신이 비참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인간이 그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파스칼은 주저없이 다음과 같이 썼다. “비참을 안다는 것은 인간의 위대함이다. 그러나 그 비참을 극복하는 것은 신앙이다.” 파스칼은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 편을 택할 것을 강권했다. “당신이 이쪽 편(하나님을 믿는 편)을 택할 때 정직하고 겸손하고 신실하며 감사한 친구가 되며 신뢰할 만한 자가 된다”, “그리스도 안에 우리의 행복이 있다. 그리스도 없이는 오직 죄, 비참, 어둠, 죽음, 절망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져 우리를 하나님과 연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만이 인간을 전적으로 사랑스럽고 덕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스칼은 그러나 자신의 신앙만을 기반으로 기독교를 변증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파스칼은 신앙에 의해서만 하나님을 알 수 있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도무지 영적인 것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는 무신론자들을 위해 자신의 신앙을 지지해주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성취된 예언과 이적, 역사적 증거, 성경의 자체 확증 등에 관해서도 심도깊게 다루었다. “마음은 이성이 알지 못하는 이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성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마음을 통해서 더 많은 진리를 알게 된다.”고 확신했다. 세월이 갈수록 팡세는 빛을 발했다. 기독교 뿐만 아니라 사상계 전반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고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기독교 고전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아우구스티누스’보다 누적 독자수가 더 많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던 콧대 높은 당대의 철학자등을 저격하는 용기도 숨기지 않았다. “모든 것의 근원인 유일하신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중략) 하나님을 전적으로 사랑하지 않는 모든 철학과 종교는 거짓이다.” 그는 자신에게 가해질 비판과 박해도 예견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신앙을 향해 도전하는 도전자들을 겨냥해 이렇게 응수했다. “나는 비난과 박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진리를 고백하고 우리는 누가 진짜 진리를 제거하려고 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상, 출처; 모바일 타임스

http://www.imobiletimes.com/2018/09/05/%EB%AA%85%EC%A0%80-%ED%83%90%ED%97%98-%EB%B8%94%EB%A0%88%EC%A6%88-%ED%8C%8C%EC%8A%A4%EC%B9%BC%EC%9D%98-%ED%8C%A1%EC%84%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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