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독백
떨어지는 비는
나뭇결을 타고 내려와
머리맡의 창을 흐르고
빗방울은 심장 속으로 떨어져
혈관을 타고 흐른다
빗 속에 담겨있던
지난 날의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몸 속을 돌고 있다
때론 차갑게 때론 뜨겁게
마음을 어루만진다. 손길이 되어
그네를 밀어주던 아버지의 손길
병상을 밤새 지키던 어머니의 손길
차갑게 떨치고 떠난 그 여인의 손길
꼭 잡고 놓칠세라 아슬아슬 걸었던
딸아이의 손길까지도
지금 열에 들뜬 내 가슴은
누구의 손길을 기다리는가
마른 혀에서 감기는 언어들은
지난 날 그 누구의 이름들인가
몸 속을 돌던 빗방울들은
잠들지 못하는 눈을 통하여
36.5도가 넘는 뜨거움으로
밖으로 밖으로 흐르고 있다
5월 어느 날, 비 내리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