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가을에는 한 번쯤 (종로문학, 2015년)

BK(우정) 2019. 10. 19. 07:26

 

 

가을에는 한 번쯤 

 

가을에는 한 번쯤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거야 

 

못내 떠나갈 시간이 오면

플라타너스 신작로든

은행나무 아스팔트 길이든

그리운 맘으로 길을 나서며

이 곳 저 곳을 거니는 거야 

 

북악산 기슭도 좋아

평창동 미술관길도 좋아

부암동 마을도 좋아

삼청동 카페거리도 좋아

인사동 겔러리촌도 좋아 

 

가슴 아팠던 추억

혹은, 닿지 않아 못내 불안한

먼 훗날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음도 지어보고

우울하게 한숨도 쉬어보고 

 

걷다가 가을비라도 내리면

낮은 조명의 카페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흐르는 노래를 맘에 들어하며

냅킨에 낙서도 해보는 거야 

 

우연히 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다시 만나요'

노래라도 흘러 나오면

소원했던 이들에게 우연인 듯

전화도 한 번 넣어보고 

 

운 좋게 도킹이라도 되면

실내 포장마차, 구석진 창가

그리움을 사이에 두고 앉아

그간 살아온 사연들을

정겹게 풀어보는 거야 

 

못내 돌아갈 시간이 오면

가을빛 바람부는 길이든

낙엽이 헤매이는 길이든

외로운 맘으로 길을 나서며

이 생각 저 생각 해보는 거야 

 

희미한 어린 시절도 좋아

떨어진 시험 생각도 좋아

무너진 헛된 야망도 좋아

쓸쓸히 돌아서던 순간도 좋아

중년의 씁쓸한 소외감도 좋아 

 

가을에는 한 번쯤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거야

 

 

 

 

 

 

'우정의 글 > 우정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하늘  (0) 2019.10.21
가을 철쭉  (0) 2019.10.20
가을 세일  (0) 2019.10.18
가을비 소묘  (0) 2019.10.16
후쿠오카 성터에서  (0) 201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