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성터에서
오후에 찾은
후쿠오카 성터에는
폐허와 돌담만 남아 있었다
뜰과 돌담 사이로
아름드리 나무는 자라고
자연 위에 세워졌던 인공물들은
역사와 함께 자연으로 회귀하고 있었다
태양아래 나무들은
성터에 그늘을 만들고
오래 전 누구인가 쌓았던 돌담 아래에서
호머의 오딧세이를 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반대편의 성곽과
지구 반대편에서의 항해
시간과 공간은 달랐을지라도
그들을 움직였을 동기는 같았을지도 모른다.
페넬로페를 향한 오딧세우스의 사랑을
이 성곽을 지킨 그 누구인가도 경험하였을까
오딧세우스는 이 성곽에서도 트로이의 목마를 떠올렸을까
바람이 넘기는 책장을 타고
기사의 창처럼, 쇼군의 말발굽처럼
시간과 공간, 사랑과 역사가 혼돈스럽게 달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