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색들을 포함하는 공간을 색영역(color gamut)이라 하며, 이는 색좌표 상에 표시되어 구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색영역에는 기관이나 회사별로 여러 규격이 존재하죠. 각각의 규격들은 주로 세가지 분야, 방송(TV), 정보 통신(모바일 기기), 그리고 영화에 맞도록 표준화가 되어 있죠. 분야별로 표준화된 규격에 준하여 색과 영상이 표현되고, 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도 규격을 따를 때 영상 제작자의 의도를 왜곡되지 않도록 반영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분야별로 대표적인 색영역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색공간, color space, 그리고 색영역, color gamut의 표현을 혼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색공간을 색좌표계에 표시되는 전체 공간, 그리고 색영역을 각 기관이나 회사가 정한 규격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제 편의껏 적용하고자 합니다. 즉, 공간보다는 영역의 크기를 작게~ 그리고, 넓은 색공간은 색좌표로 수치화되고, 색공간 내에 기관별 색영역이 표시되고, 여기서 색재현율이 얻어지고, 이렇게 ~ 의견이나 이견은 댓글로 주세요.)
먼저 방송(TV) 분야입니다. 가장 전통적이며 대표적인 방송 색영역은 바로 NTSC(National Television System Committee) 규격입니다. NTSC는 방송용 전파에 대한 미국의 표준화 담당 기구로써, 1953년에 세계 3대 국제 표준화 기구 중 하나인 국제 전기 통신 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과 함께 컬러 TV 표준을 제정하였습니다. NTSC는 색공간을 정의할 때 영화용 컬러 필름의 색영역을 기준으로 출발하였죠.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려는 시기였고, 컬러 브라운관(CRT)의 기술 수준도 현재와 비교하면 초보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기준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컬러로 상영 중이었던 영화의 컬러 필름이었습니다. 컬러 영화는 컬러 TV보다 훨씬 앞선 1915년에 기술이 개발되었죠. 그래서 NTSC는 영화용 컬러 필름의 색영역을 참고하여 3원색을 정의하였고, 실제 NTSC 방식을 기준으로 한 컬러 TV 방송은 1954년부터 미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75년에 유럽방송연맹(European Broadcasting Union, EBU)은 SDTV(Standard-Definition TV) 시스템을 위해 스튜디오 모니터용 색영역(EBU Tech.3213)을 제안하였습니다. SDTV는 고화질 방송 규격인 HDTV(High-Definition TV)로 이동하는 중간 단계로서,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이라는 점과 16:9의 와이드 스크린 도입 등의 측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에 준하여 독일은 PAL(Phase Alternation Line) 방식, 프랑스는 SECAM(séquentiel couleur à mémoire) 방식을 각각 만들었죠. 기본적인 기술 방식과 색영역은 같기 때문에 보통 PAL과 SECAM은 함께 묶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PAL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중국, 북한 등에서 채용되었고, SECAM은 프랑스와 소련(러시아) 등, 구 공산권 국가들이 주로 채용하였습니다. 그리고 NTSC는 한국, 미국, 일본, 중남미 등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1982년에는 ITU에서 SDTV(Standard-Definition Television) 규격이 공식적으로 제정(ITU-R BT.601)되었습니다. SDTV 규격은 개정된 NTSC와 PAL/SECAM의 색공간을 각각 다르게 규정했으나 색영역의 관점에서 볼 때, 그 범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1990년에는 현재 주로 사용되는 디지털 방송, 즉 HDTV이 ITU에 의해서 제정(ITU-R BT.709)됩니다. 고해상도와 16:9 와이드 스크린 등 높은 수준의 화질을 구현하기 위한 표준 규격으로, 당시로서는 가장 보편적인 TV였던 브라운관(CRT) TV의 현실적인 기술적 특성을 고려해 기존의 다른 색영역들에 비해 오히려 일부 줄어들었다는 점이 독특하죠. 그렇지만 이후, 2012년에 ITU에서 제정한 UHDTV(Ultra High-Definition TV)규격(ITU-R BT.2020)은 해상도 증가뿐만 아니라 색영역도 크게 확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연이어서 다룰 정보 통신 분야와 영화용 규격 등 상용화된 대부분의 색영역을 수렴, 포함합니다.
정보 통신 분야에서는 색영역으로는 현재 디스플레이에서 주로 사용 중인 두 가지 색영역이 있습니다. 하나는 sRGB(standard RGB)로써, 1996년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HP가 협력하여 만들었으며, 모니터, 프린터 및 인터넷용 표준 RGB 색영역입니다. sRGB는 브라운관 모니터들의 대부분이 비슷한 색으로 재현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모니터, 스캐너, 디지털 카메라의 평균값으로 정의된 색영역입니다. 마침, HDTV의 색영역인 ITU-R BT.709 규격이 sRGB에서 정의한 색영역을 만족하여 동일한 좌표를 기준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HDTV와 sRGB의 색영역 또한 일치합니다. 현재 sRGB는 정보 통신 분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색영역 규격으로, 각종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기기들과 호환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를 인쇄하거나 인화할 때에는 컬러 표현의 한계를 보인다는 약점이 또한 있습니다. 다른 하나인 Adobe RGB는 1998년에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제작사인 Adobe가 제안한 색영역입니다. sRGB의 색영역은 인쇄물에 주로 사용하는 4원색 잉크 색상인 CMYK용 컬러 프린터에서의 색상 표현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 새롭게 고안되었죠. 특히 하늘색(cyan)과 녹색의 표현 영역이 협소한 점이 보완, 확장되었습니다. Adobe RGB의 색영역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의 색좌표(삼각형에서 꼭지점)는 sRGB와 동일하게 하되, 녹색 좌표는 CIE 1931에서 표기한 것보다 위쪽으로 더 이동시켰습니다. 이로써 녹색 계열의 색상 표현이 더 풍부해졌죠.
영화 분야의 경우, 가장 전통적이고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기록 매체는 필름입니다. 따라서 영화의 색영역은 필름 프로젝터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의되었습니다. 필름 프로젝터의 시작은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 프로젝터의 광원으로는 카본 아크등을 썼죠. 이를 활용한 필름 프로젝터는 빛의 3원색인 RGB 외에도 청록색(cyan)과 자홍색(magenta)을 함께 사용하는 5원색을 기준으로 하였고, 따라서 영화의 색영역은 5각형의 모습을 갖춥니다. 영화도 TV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하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를 전후해 미국의 대형 스튜디오와 영화 장비 업체들은 디지털 영화를 위한 연구와 관련 장비 개발을 시작합니다. 이를 기점으로 2002년 헐리우드 영화사들이 주축이 되어 디지털 시네마 표준 개발을 위한 협력 기구,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를 설립하고, 2005년에는 DCI 표준 규격을 제정하게 됩니다. DCI는 필름과 다르게 색영역을 구성하는 원색을 RGB 3원색으로 지정, 사용하였기 때문에 DCI-P3라고 부릅니다. 3원색이 사용된 이유는 디지털 영화에 사용되는 제논 프로젝터의 광원인 제논 아크등의 특성을 고려하였기 때문이죠. 제논 램프는 광원중에서 자연광(태양광)에 가장 가까운 빛을 만들어서 연색성이 좋습니다. 끝으로, 미래의 영화 시스템에서 사용하기 위한 차세대 색영역의 개념으로 ACES(Academy Color Encoding System)가 있습니다. ACES는 미국의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 AMPAS)에서 시작하였으며, 영상 보정 작업(color correction, color grading)을 위한 컬러 작업 공간의 규격으로 2004년부터 개발되어 왔습니다. 이는 현재의 다양한 디지털 카메라 기술에 대응하고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색표현을 위한 컬러 이미지 변환(encoding) 규격으로써, 카메라에서 캡쳐된 정보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가시광선 영역 전체를 포함하는 색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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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생각해보기
a. 색영역들이 정해지고, 변환되면서 내려오는 과정을 보면,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기술 이외에 어떤 점들이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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