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서의 사색
그저 살아 볼 일이다.
잘살고 못사는 것은 오만일 뿐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고
눈물이 있어야 웃음이 있다
거역을 모르는 나무도 비바람에 꺾이는데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는 사람이 되어
꺾이지 않고 세파를 헤쳐갈 수 있으랴
작은 나무는 덤불을 이루고
높은 나무는 하늘을 향하듯이
두 발은 뿌리가 되어 땅을 딛고
두 팔은 가지가 되어 하늘을 안고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같은 인생
안고 부대끼며, 더러는 원망도 하고
진한 눈물에 웃음을 말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그리 살다가 홀로 집을 향하듯 돌아설 일이다
잔치가 끝난 뒤, 바지춤을 추리며
붉은 눈으로 일어서는 황혼이 되는 날
그 때까지는 그저 살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