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양림동 산자락~
김현승 시비와 그의 흔적들
그가 그립다
그리움/BK
시인은 떠나도 시는 남아
나직이 귓가에 속삭여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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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눈물/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