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기차 (시와 수상문학, 초대 시)

BK(우정) 2022. 8. 14. 19:25

 

 

기차

 

어머니, 나는 오늘

11시 기차를 타네요

대전행이예요

간이역은 지나고

어떤 역에서는 멈추며

기차는 목적지를 향하겠죠

 

우리,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간이역을 스쳤을까요

멈추었더라도

진정 '멈춤'을 알았을까요

 

기차는 철길 위로 가죠

삶도

이리저리 변하지만

지나고 보면

길 위에 있었어요

 

내가 길을 벗어날 때마다

가슴을 졸이셨죠

기차가 기적을 울리듯이

나를 향하던 기도

모를 리가요

 

아버지

한해에 한번, 간이역이 있다면

아흔번째 역을 지나시는

우리 사이에는

서른개의 간이역이 있네요

 

기차가 멈추는 날

알게 되겠죠

역마다 새겨놓으신

아버지의 글귀를

앞을 볼 때는 모르던

돌아보아야 보이는

그 편지들을

 

우린, 같은 길을 가면서

같은 길인 줄 모르죠

언젠가 멈추는 날

돌아보면

그제서야 알 거예요

너무도 늦게

 

 

오전 10시 반에 부모님, 여동생~ 브런치 후의 카페에서ᆢ 어린 시절 모습은 벽화로 남았나.. 세월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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