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인생! 사연들

소래 포구 이야기

BK(우정) 2022. 6. 18. 20:59

 

옛 수인선을 따라 걸어가면

 

소래 이야기~

 

 

옛 수인선을 달리던

기차가 나오고

 

희미한 옛이야기들

이어지는데ᆢ기차처럼

 

나의 옛이야기는 어디쯤에서,

벽화가 되어가고 있을까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

 

여전히 작아지고 있는 포구

 

 

고층 아파트 옆

개발이 막혀버린 옛집들처럼

 

그래도 조각배는 움직인다

 

 

어시장ᆢ헤치고 들어가면

 

한 모퉁이에~

39년전 그 자리, 추억이 나오고

 

 

옛생각ᆢ술이 부드럽다

오늘은~

 

참 멀리 왔구나

 

 

소주 한 병 놓고,

멍게 빛깔의 노을,

저무는 바다를 바라보던 곳

 

우리의 노을은 어디쯤에서,

어떤 모습일까

이야기하던 곳

 

 

지금의 너는 어디쯤에서,

어떤 모습일까

홀로 생각하고 있는 곳

 

수년전, 송도산업단지

출장 업무를 마치고

인천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친구와 찾은 소래 포구

 

  

캠퍼스 시절, 낭만이었던

수인선 협궤 열차

기적 소리는 멈추었지만

 

녹슨 레일, 비릿한 바다 내음

 

해산물 장터와 먹이를 찾는 갈매기들

한 잔 소주의 추억은 여전하다 

 

 

더 오래 전 

인천이 본거지인 후배들이 마련한 자리

 

소주는 추억으로 스며드는데

 

 

잠시 탈출한 소란ᆢ너머로

그 날, 우리의 추억은 여전하였던가

 

39년전‥ 추웠던 겨울 날

우리들은 수원에서 소주 한 잔을 걸치고

수인선 협궤 열차를 타고 소래로 가고 있었다

.

.

 

가느다란 기차가 구불거리며

깊고 푸른 밤, 그늘 아래를 기어가던 날

우리는 무릎이 맞닿는 좁은 객실에서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기적은 울고, 밤이 깊어갈수록

세상의 푸른 빛은 더욱 강해져

밤도 바다도 목을 넘기는 소주도

모두가 푸르게 칠해지고 있었다

한 아이는 군대에 갈 이야기를 했고

다른 아이는 어제밤에 헤어진

애인이었던 여자 아이를 이야기했다

 

기차는 어둠뿐인 역에 닿았고

칼바람 또한 푸르게 불어왔다

우리는 깊고 푸른 밤을 등에 지고

멀리 보이는 불빛을 향하여 걸었다

왼편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로

바다가 있다고 가늠하였다

앞선 아이가 손전등인냥 무는 담배

휘청이는 걸음을 부축이며, 우리는

다음 주에 입영할 아이와

어제 실연당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가오지 않는 불빛을 향하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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