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인가,
집 근처 보도블록 공사 때 버려졌던
새끼 손가락 크기의 맨드라미 네 송이
아이가 종이컵에 담아와서 돌보았더니
꽃을 피웁니다~
만남이 좋은 휴일의 오후입니다
뭇별들 각자가 궤도가 있고
빛나지 못하는 별도, 자신만의 길이 있다
- 생명/BK
자연은 이야기를 꽃으로 전한다
뿌리 아래 깊숙한 어둠으로부터
어젯밤의 별빛, 새벽의 이슬 이야기까지
바람 차가운 날, 작은 씨앗으로 떨어져
아래의 어둠, 위의 빛으로 나고 자라서
줄기를 세우고 잎을 열고
꽃으로 피어난 세월 이야기까지
인간사 5감에서
보아서 얻는 소식이 대부분이고
여기에 향기까지 더해지니
꽃이 전하는 이야기 거리가 넘친다
땅 아래 지하수, 하늘 위 은하수
깊은 이야기를 두레박으로 건져 올려
형형색색 아름다움으로 펼쳐 놓는다
땅으로 낙하한 수많은 씨앗에서
생을 부여잡고 힘겹게 피어난 의지
지하수 아래의, 은하수 위의 이야기들
색깔과 향기만큼이나 서로 다른
아기자기하고 구구절절한 사연들
더없는 아름다움으로 피기 위해
겪어야 했던 슬프고도 모진 사연들
오늘도 나는 햇빛 아래에서
꽃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빛으로 향기로 바람으로 전하는 말
꽃 그늘아래, 꽃으로 머물고 싶다
삶의 희로애락을 꽃처럼 엮어간다면
언젠가는 한 송이 꽃으로 필 수 있을까
속삭이듯 꽃들에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