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
.
.
박노해의 시를 읽으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빠르고, 인생의 길이가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면, 아… 계절은 짧고… 시간은 참 빠르구나… 생각하게 되죠. 가을은 더 짧게 느껴지고 겨울은 더 빨리 다가옵니다. 인생에서도 가을은 성큼 다가옵니다. 그리고 겨울… 모든 것과의 이별은 숙명이죠. 오늘, 이 좋은 가을날에는 곁지기의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여주고, 더 많이 웃어주어야겠습니다. 언젠가는 듣고 싶어도 못들을 이야기, 웃어주고 싶어도 마주할 수 없는 날이 오겠지요. 그리고, 돌아보면 혼자만의 시간, 더 깊은 상념의 순간을 넉넉히 가지지 못한 점이 아쉬울 듯도 합니다. 이번 가을은 조금은 다른 가을이기를 바래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