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느낌과 감상

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BK(우정) 2021. 10. 10. 06:12

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

.

.

 

 

박노해의 시를 읽으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빠르고, 인생의 길이가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면, 아… 계절은 짧고… 시간은 참 빠르구나… 생각하게 되죠.  가을은 더 짧게 느껴지고 겨울은 더 빨리 다가옵니다. 인생에서도 가을은 성큼 다가옵니다.  그리고 겨울… 모든 것과의 이별은 숙명이죠.  오늘, 이 좋은 가을날에는 곁지기의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여주고, 더 많이 웃어주어야겠습니다.  언젠가는 듣고 싶어도 못들을 이야기, 웃어주고 싶어도 마주할 수 없는 날이 오겠지요.  그리고, 돌아보면 혼자만의 시간, 더 깊은 상념의 순간을 넉넉히 가지지 못한 점이 아쉬울 듯도 합니다.  이번 가을은 조금은 다른 가을이기를 바래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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