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해방촌

BK(우정) 2021. 8. 4. 07:07

해방촌

 

 

어느 봄날에는 해방촌으로 가자

골목길을 따라 남산을 오르면

긴 잠에서 깨어나는 살림 소리들

오랜 세월로 균형을 잡고

여전히 그 자리인 슬픈 가로등

텅 빈 카페, 빈 술잔들

겨우내 잘들 버티어 주었구나

 

멈추어 선 그림자를 마주하고

쓸쓸한 웃음으로 건네주는 술잔

여윈 손끝에 걸린 담배 연기는

술잔 속을 비집고 스며드는데

지친 몸짓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누울 곳들을 잘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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