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어느 봄날에는 해방촌으로 가자
골목길을 따라 남산을 오르면
긴 잠에서 깨어나는 살림 소리들
오랜 세월로 균형을 잡고
여전히 그 자리인 슬픈 가로등
텅 빈 카페, 빈 술잔들
겨우내 잘들 버티어 주었구나
멈추어 선 그림자를 마주하고
쓸쓸한 웃음으로 건네주는 술잔
여윈 손끝에 걸린 담배 연기는
술잔 속을 비집고 스며드는데
지친 몸짓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누울 곳들을 잘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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