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포에서
해운대의 한 켠
미포에서도 끝자락
선술집 창가
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모습의 노인
그가 권하는 횟감에
부산 소주를 곁들인다
바다 끝에 꼬리만 걸려
저무는 해
물길에서 지쳐 돌아온
고깃배 무리를 옅게 비추는데
오늘, 또 하루는
이렇게 지나고 있다
잔을 넘길수록
어둠은 밖에서 재촉하는데
'너를 따라 나서면
세상과 멀어지잖아'
한마디 하고 싶어도
주섬주섬 일어설 수밖에
미닫이 문을 나서면
비린 내음, 찬 바람 골목
뻐근한 허리
달빛마저도 버거운 어깨
오늘, 또 하루는
미포에서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