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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인가?

BK(우정) 2021. 7. 30. 06:45

경기 수원에 있는 'A' 디스플레이 장비회사는 최근 중국 패널 기업에 거액의 자금 지원을 대가로 기술 합작을 제의받았다. 일본이 독점하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를 국산화한 A사의 역량을 눈여겨본 것이다. A사는 기술 유출 가능성 때문에 제안을 거부했으나 이 패널 기업은 국내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한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강소기업을 위주로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루머도 확산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실적 감소에 시달리는 틈을 타 중국의 '달콤한 유혹'이 잇따르고 있다"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는 와중에 유혹에 넘어가는 기업이 속속 나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에 1위를 내주면서 충격파는 이처럼 후방의 '소부장' 생태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끄는 삼성·LG디스플레이가 투자 규모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데다 인력난과 기술 유출 염려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소부장 기업의 매출·수익·고용은 동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추가 투자를 사실상 접고 OLED에 집중하면서 신규 설비 투자는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한국산 패널 원가의 71% 수준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의 추격에 LCD 사업을 내주고 OLED를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시설 투자는 2017년 각각 135000억원, 6조6000억원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4조원, 2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3년 새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전방 패널 업체의 투자 축소는 후방 소부장 기업의 실적 위축으로 직결된다. 매일경제가 매출 기준 상위 20개 디스플레이 장비회사(전체 매출 중 디스플레이 비중 20% 이하인 곳 제외)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 작년 합계 매출액은 5조2103억원으로 2017년(7조7240억원) 대비 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치는 8142억원에서 4012억원으로 51%, 고용인원 역시 7902명에서 6890명으로 13% 줄었다.

 


디스플레이 생태계는 숫자로 보이는 실적뿐 아니라 질적 경쟁력도 감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인력 부족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인력 부족을 호소한 디스플레이 패널·모듈 회사는 17.4%였다. 공정·장비 기업은 42.3%, 소재·부품사는 40.2%나 됐다. KDIA는 폴더블(접을 수 있는)·롤러블(말 수 있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약 5.5%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자체 추산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과 인프라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핵심 개발 인력을 국내 대비 2~3배 임금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며 "기술 유출 위험도 높다"고 염려했다.

설상가상으로 OLED 위주로 디스플레이 산업이 재편되는 와중에 기술 경쟁력마저 하락하고 있다. 국내 LCD 산업의 국산화율은 장비 71%, 소재·부품 65%로 반도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기술 난도가 올라간 OLED는 장비 국산화율 56%, 소재·부품 57%로 KDIA는 파악하고 있다. 플렉시블 OLED 구현의 필수인 폴리이미드(PI)나 OLED 증착 공정에 활용하는 정밀금속마스크(FMM) 같은 일부 핵심 소재는 일본에 전량 의존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계는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복원하기 위해선 정부의 투자·인프라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 밖에 핵심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국내에 머물게 할 인적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소부장 기업들은 또 그간 서로를 견제해온 삼성·LG의 협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소부장 기업은 관행상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어느 한 곳에만 제품을 공급하는데, 이는 소부장 기업의 특정 그룹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인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TV OLED 패널 사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기대를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디스플레이 부품사의 한 임원은 "미국·일본의 소부장 업체는 삼성·LG 양측에 공급을 모두 할 수 있는데 국내 협력사는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라며 "정부의 인프라 지원도 중요하지만 패널 기업의 전향적 협력도 산업 생태계 활력에 필수"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산업의 눈'이라 불리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활력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도체 산업과 함께 4차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이나 롤러블 TV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폼팩터(Form Factor·기기 외형)를 적용한 제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부분의 자동차·전자 제품에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또 수출과 고용, 투자 등 경제 기여도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크다.

26일 통계청과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180억달러)에 달했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와 소재·장비 업체 등의 생산액(재화·서비스 가치) 합계는 약 677780억원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4%에 해당한다. 같은 해 디스플레이 산업 일자리는 8만8000여 개였다. 대다수 제조업 업체들이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수요처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여전히 국내에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량이나 의료기기, 사물인터넷(IoT) 등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도 디스플레이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상, 출처; 매일경제

中 뺨 맞고, 삼성 LG 눈치보고…'진퇴양난' 韓 디스플레이 소부장 : 네이버 뉴스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