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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의 논란

BK(우정) 2021. 7. 24. 06:52

감염병 전문가들은 모든 팬데믹(질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언젠가 종식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집단면역’이 생겨나고, 또 이 과정에서 병원체(주로 바이러스)의 변이 역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변이가 일어나면 더 위험한 것 아니냐 싶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체적으로는 차츰 증세가 더 약한 종으로 바뀌어 간다. 치명적인 증세가 많아지면 숙주, 즉 감염자가 죽거나, 격리치료를 받으면서 같은 바이러스 내에서도 강력한 개체는 점점 퇴출당하고, 약한 개체가 더 널리 퍼져 나간다. 

 

아스트라제네카사가 개발한 코로나 19 백신. 가장 잘 알려진 바이러스백터 백신이다. ⓒUnsplash

 

이처럼 치명률도 점차 낮아진다니, 막상 백신이 필요 없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백신은 그 시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등장하고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처(FDA) 등 국제적 공신력을 갖춘 기관들이 새롭게 개발된, 아직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승인’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차세대 유전자 백신의 한 종류로 ‘바이러스벡터 백신’으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도 주력 백신으로 쓰이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바이러스에 DNA 실어 나른다


불활성화 백신(사백신)의 특징 중 하나는 약독화 백신(생백신)과 비교하면 면역반응이 약하다는 점이다. 항원이 살아있지 않으므로 혈액 속에 ‘항체’가 생겨나는 ‘체액 면역’만이 일어나는데, 시간이 흐르면 항원의 형태를 기억하고 있는 면역세포(B세포)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므로 대응력이 점차 떨어진다. 반대로 ‘약독화 백신(생백신)’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면역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병원체에 감염된 우리 몸속 세포가 항원의 형태를 기억하면서 생겨나는 ‘세포 면역’ 때문이다. 세포 면역은 세포가 우리 몸속 세포인지, 아닌지를 구별해내는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흉선에서 생겨나는 ‘세포독성 T 세포’라는 것이 주위 세포의 신호를 듣고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는 식이다. 세포 면역을 얻으려면 항원이 있어야 하므로, 세포 면역을 기대할 수 있는 백신은 대부분 체액 면역도 얻을 수 있다.

 

유전자 백신을 대표하는 3종류 백신, 즉 DNA 백신과 mRNA 백신,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모두 체액 면역과 세포 면역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으며, 세포에서 항원 물질(코로나19의 경우 주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대단히 강력한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중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이용한다. 바이러스는 세포 내로 들어간 다음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 세포에 끼워 넣은 다음, 세포의 대사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복제를 생산한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복제가 아니라, 감염능력이 없는 항체를 복제해 생산하게 하는 것이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바이러스백터 백신이다. ⓒUnsplash

 

유전자 백신 중 DNA 백신은 아직 본격적으로 실용화된 것이 없지만, 메신저RNA(mRNA) 백신과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면서 빠르게 실용화됐다. 가장 빠르게 승인이 난 것은 미국 제약기업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백신인데, 이 두 종류는 mRNA 방식으로 현재까지 등장한 백신 기술 중 가장 진보된 기술로 꼽힌다. 이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백신도 2021년 2월 WHO 인증을 받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다. 또 지난 2월 미국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FDA로 부터 긴급승인을 받아 쓰이고 있다. 이 두 종류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이 밖에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백신 역시 바이러스 백터 방식으로 개발됐다.

 

다른 유전자 백신보다 효과 떨어지지만 사용상 무리 없어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다른 표기로 바이럴 백터(viral vector) 백신이라고도 적기도 하는데, viral이 바이러스라는 뜻이므로 사실 같은 말이다. 벡터란 전달체라는 뜻으로,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벡터로 사용할 바이러스 속 DNA를 항원 생산기능을 갖춘 DNA를 바꿔 넣어야 하므로, 제조 과정에서 유전자공학을 이용해 바이러스 자체를 수정(재조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벡터 백신을 간혹 ‘재조합 바이럴 벡터’ 등의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대장균 등을 이용해 항체를 생산하는 ‘재조합 백신’과 혼돈할 수 있어 코로나19 이후에는 대부분은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사용하는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므로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동물에게만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사용하거나, 증세가 매우 미미한 바이러스를 선택하고, 이조차 감염을 막기 위해 약독화 등의 추가 대응책을 마련한다. 참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얀센 백신은 사람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독감이 아닌 ‘일반 감기’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두 종류의 백신은 같은 원리에서 개발된 것이라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두 번을 접종해야 하고, 얀센은 한 번만 접종한다는 차이가 있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한 차례만 접종해도 얀센에 필적하는 효과가 있다. 옥스퍼드대학이 아스트라제네카를 1회만 접종하는 방식으로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12월 18∼55세 성인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예방률 76% 수준에서 3개월간 가랑 면역이 유지됐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바이러스의 성질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현실적으로 DNA 백신나 mRNA 백신과 비교하면 약점이 있다. 우선 벡터로 사용한 바이러스 그 자체에 우리 인체가 면역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군이 타고 이동하는 트럭을 적군에게서 노획한 것을 사용하는 셈이라 재차 아군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생기는 셈이다. 만약 과거에 벡터와 유사한 계열의 병원체, 즉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과거 아데노바이러스 형질의 감기 등에 걸려 면역이 강하게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벡터가 세포에 접근하기도 전에 우리 몸속 면역 시스템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백신을 두 차례에 걸쳐 맞는 경우, 1차 접종을 받고 벡터 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겨 2차 접종은 효과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 다만 이런 단점은 다른 유전자 백신과 비교할 때의 일이며, 불활성화 백신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효과가 뛰어난 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의 바이러스벡터 백신의 예방률은 70% 정도인데, 불활성화 백신인 중국 시노팜, 시노백 등은 50%대다. 같은 불활성화 백신인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예방률도 그와 비슷하다.

 

바이러스벡터 최대 약점, 해결 가능할까

 

논란이 되는 건 예방률보다 오히려 부작용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실제 감염이 필요한 방식이라 알레르기 반응을 100% 피하는 어렵고, 선천성 면역반응이 강하게 일어나므로 이 과정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삼성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사람의 경우 주사 부위 통증은 77.7%, 근육통의 경우 60.5%, 피로감은 50.7%, 두통은 47.4%, 오한이 41.2%, 발열은 36.1%의 확률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접종을 받은 사람 거의 대부분은 한 가지 이상의 부작용을 호소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사람이 부작용으로 약물치료를 받을 가능성은 화이자보다 무려 9.5배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환자에게서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되는 부작용도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유럽 의약품청(EMA) 등은 백신과 혈전증의 연관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접종자들을 분석한 결과 100만 명당 110명에게서 혈전, 즉 굳어진 작은 핏덩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 등 중요 혈관이 막히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후 선천성 면역이 강하고,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사망위험이 혈전 발생 위험보다 낮은 30세 미만 젊은 층에 대해서는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혈전증은 아스트라제네카는 물론 같은 원리로 만든 얀센 백신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원리상 바이러스에 일단 감염이 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벡터로 쓰인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백신의 경우 혈전 부작용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그 전 단계인 혈소판 감소증은 일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최근 독일 괴테대 연구진이 최근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밝히면서,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바이러스벡터 백신의 혈전 부작용 해소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아데노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세포액으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세포핵까지 뚫고 들어가는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항원 DNA가 일부가 떨어져 나갈 수 있으며, 이 조각이 변이를 일으켜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백신 제조 과정을 점검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얀센 측과 접촉 중이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코로나19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차세대 백신 기법 중 하나다.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류 최대의 펜데믹 저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추가연구 및 임상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면 안전하고 확실한 유전자 백신의 한 종류로 꼽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아스트라제네카’는 왜 논란일까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