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해운대

BK(우정) 2021. 6. 20. 19:35

 

 

해운대

 

동해가 남해를 만나고

바다가 구름을 만나는 곳

나는 무엇을 만나고 있을까

바람이 되어 떠난 인연이

파도가 되어 돌아오는가

잊혀진 목소리를 싣고 오는가

 

그렇게 불어온 바람이었다

손을 내밀어도 손가락 마디를

울리고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바람이었다

가슴을 다 내어 보여도

무심히 사라지는 바람이었다

 

얄궂도록 햇살이 좋은 날

백사장 위를 나는 물새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한다

무심히 멀어지는 파도

돌멩이 한 개를 던져 넣는다

바다는 더욱 잘게 부서진다

 

슬픔은 웃음 너머로 와서

노을보다 짙게 물드는데

선술집을 찾아가는 걸음이

허허로이 길을 잃는다

달맞이 고개를 내려온 바람이

돌아가라며 등을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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