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동해가 남해를 만나고
바다가 구름을 만나는 곳
나는 무엇을 만나고 있을까
바람이 되어 떠난 인연이
파도가 되어 돌아오는가
잊혀진 목소리를 싣고 오는가
그렇게 불어온 바람이었다
손을 내밀어도 손가락 마디를
울리고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바람이었다
가슴을 다 내어 보여도
무심히 사라지는 바람이었다
얄궂도록 햇살이 좋은 날
백사장 위를 나는 물새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한다
무심히 멀어지는 파도
돌멩이 한 개를 던져 넣는다
바다는 더욱 잘게 부서진다
슬픔은 웃음 너머로 와서
노을보다 짙게 물드는데
선술집을 찾아가는 걸음이
허허로이 길을 잃는다
달맞이 고개를 내려온 바람이
돌아가라며 등을 떠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