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로 갑니다
두물머리로 가는 길ᆢ
강은 흐른다
좋아하는 강은 굽이쳐 흐른다
강은 구비 구비 돌아 흐르면서
더러는 그 안에 설움도 담고
남모를 사연도 담는다
강이 곧게만 흐른다면
크고 광활하게만 흐를 뿐
남모를 설움과 사연은 어디에 담으랴
인생도 사랑도
구비 구비 흘러야 그 맛이 난다
굽이치는 강은
용이 하늘로 오르듯 바다로 가고
굽이치는 사랑은
겨울을 난 꽃뱀이 되어 봄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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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두 개의 큰 물줄기가
머리를 맞대는 곳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으로 하나되는 곳
서로 다른 곳에서 발원하여
유구장장, 수 백리 물길을
제각기 흘러온 큰 물줄기들이
작은 소리도 흔들림도 없이
서로를 품어가고 있다
두물머리에 서면
포용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한 줄기 냇물이라도
고요히 품어본 적이 있었던가
작은 움직임이 다가올 때
잃을 것이 두려워
뒷걸음치지 않았던가
나를 향한 이들에게
선뜻 가슴을 내어주지 못하였고
내가 향할 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였다
두물머리에 서서
포용의 미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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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들른다
강으로 가는 문을 나서면
강에 닿을 수 있듯
세상 어디든
그리운 곳을 향하는
문은 있을 듯 하다
문을 열어두고 강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듯
그리운 곳이 어디든
바라만 보아도
좋을 듯 하다
강이 곁에서 흐른다
강바람이 내게로 온다
강으로 가는 문을 열어 두고
강을 보는 것이 좋다
그 날 캠퍼스 잔디에 누워
책을 읽는 그녀를 보듯
그 날 놀이터 벤치에 앉아
그네를 타는 딸아이를 보듯
강으로 가는 문을 나서면
강에 닿을 수 있다
그 문을 열어두고
강을 그리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