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의 상념/풍경의 사색

테헤란로에서

BK(우정) 2021. 6. 13. 10:37

테헤란로

강남 회의가 가장 많은 곳~ 4계절 내내 간다

 

 

여름, 테헤란로, 35도

보도 블록도 건물벽도 뜨겁다

 

 

도심의 여름

 

그들만의 감옥을 만들어 놓고

문도 창문도 꼭꼭 닫아버렸다

 

 

 

늦가을

 

그림이 된 사진

 

비 오는 거리

 

비 오는 거리에 서면

온통 마음이 젖는 이들

맘 속에 묻힌 응어리들이

빗물에 젖어 쓸려 나오는

그 쓸쓸한 표정들에서

닮은 표정을 찾고 있는데

 

차가운 비는 더욱 더 내려

왜소한 이들의 마음을

밑바닥까지 헤집어 내고

나 또한 다를 바 없이

콘크리트 지붕 아래

그 쓸쓸함을 맞고 있는데

 

잠시나마 갈 곳을 잃고

그저 바라만 보는 거리

쓸쓸함이 두려운 이들은

등불을 찾아 들어가고

거리에는 젖은 낙엽 마냥

젖은 이들만 머무르는데

 

그래도 비는 마냥 내리고

더 젖을 수 없는 몸과

더 젖을 수 없는 마음

그렇게 젖어버린 이들은

홀로 혹은 여럿으로

빗속, 어딘가로 떠나는데

.

.

 

겨울

 

 

 

테헤란로에 내리는 눈

 

테헤란로에 눈이 내리면

테헤란에도 눈이 내릴까

골목에 쪼그리고 앉은

까만 눈동자의 아이가

하얀 눈송이들을 보고 있을까

 

서울 테헤란로의 모퉁이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하얀 눈을 바라보고 있는

오십대 아저씨를 생각이나 할까

 

테헤란로에 눈이 내리면

언젠가는 꼭 만날듯한

테헤란의 좁은 뒷골목

까만 눈동자의 아이가

하얗게 하얗게 그리워진다

'BK의 상념 > 풍경의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물머리로 갑니다  (0) 2021.06.18
비를 거두며  (0) 2021.06.13
  (0) 2021.05.10
세월  (0) 2021.05.02
커플  (0) 202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