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생각
걷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
저기 나무 아래로
낙엽이 떨어지고 있네
낙엽이 지는 자리에
한 때는 꽃이 피어 있었네
꽃이 떨어진 자리에
의자가 놓여 있었지
오래도록 빈 의자로
외로이 놓여있었네
더 오래 전 그 의자에는
그녀가 앉아 있었네
흰머리가 희끗한 채
조용히 뜨개질을 하며
가끔 안경 너머로 나를 보고
웃음을 짓곤 했었지
그보다 더 옛날에
우리는 그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그네도 탔지
해맑은 웃음이
초록 잎새들을 흔들며
하늘로 파랗게 오르던 시절
걷다보니 어느새
시간의 뒤안길이네
저기 나무 아래로
그늘이 지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