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먹먹하여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뜰에는 목련이 지고 있었죠
그 무렵의 글과 사진들ᆢ
붉은 목련이 더 슬펐습니다
부산 출장길을 나서는데ᆢ
곳곳에서 목련은 지고 있었습니다
순백의 목련이 떨어지듯이
순백의 영혼들이 떠나고 있다
목련의 낙하는 자연의 섭리이지만
채 피지도 못한 소중한 영혼들을
어찌하나 어찌하나
눈을 감을수록 눈물이 흐르는 오늘이다
기도할수록 목이 메이는 오늘이다
떠나는 그들 발걸음 돌려
돌아오기를 돌아오기를
부산 업무를 마치고
바닷가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맨 정신일 수가 없었습니다
걷다가 보니, 을숙도였습니다
바닷가에 앉아, 기도를 하였죠
무작정 홀로이고 싶은 날
부산 출장, 일과를 마치고
바람이 부는 을숙도로 간다
붉게 익은 해는 서산을 넘고
먼 길을 온 흙은 삼각주로 눕고
지친 강은 바다로 가는데
웃음짓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
철새들이 떠난 바닷가
아이들이 떠난 바닷가
허허로이 서있는 자리
서쪽에서 오는 바람은
빈가슴을 쓸고 지나간다
서있다가, 걷다가ᆢ
나무에 걸린 연을 보았습니다
어린 날, 미루나무 가지에 걸린 연
못내 두고 돌아선 회한이 밀물로 밀려왔습니다
미루나무 아래에서/BK
길을 걷다가
나무에 걸린 연을 본다
금빛 연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연을 날리던 아이가 궁금해진다
밤을 새워 만든 가오리연이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린 적이 있었다
고사리 손으로
연을 가리키며 울기만 할 때
눈물이 볼에서 얼어갈 때
연도 긴 꼬리를 흔들며 울고 있었다
밤이 오고
연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을 때
논둑길을 넘어지듯 집으로 왔다
다음날에는
미루나무 아래로 가지 않았다
어제의 그 아픔이 죽을 만큼 싫어서
또 죽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가고
기억도 희미해져 가지만
누군가 멀리 떠나면
미루나무에 걸린 가오리연의 긴 꼬리가
자꾸 떠오른다
다음날에도
미루나무 아래로 갔어야 했다
연을 내리던지
연을 멀리로 날려 보내던지
그도 저도 않되면
내 맘도 죽을 만큼 아프다고
죽고 싶지 않아 너를 두고 돌아선다고
말이라도 전했어야 했다
마음이라도 전했어야 했다
아이들에게로 갔습니다
고작, 국화 몇다발을 들고
꼭 돌아오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촛불을 켰습니다
40여년이 지나 나는
미루나무 아래로 갔다
연을 내리지도
연을 멀리로 날려 보내지도 못하고
그저
내 맘도 죽을 만큼 아프다고
죽고 싶지 않아 너를 두고 돌아선다고
말이라도 전하러 갔다
마음이라도 전하러 갔다
'사랑한다
꼭 돌아와라
돌아올 수 없다면
멀리 행복한 곳으로 떠나라'
아이들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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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이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