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을 앞두고 올겨울 최강의 한파가 찾아올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번 주 중순 북극발 한파가 찾아와 영하 10℃ 이하의 강추위가 1주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엄동설한의 매서운 추위가 몰아붙여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이유는 뜨끈뜨끈한 방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불을 피워 방바닥 구들장을 데우는 온돌을 발명한 선조들 덕분에 한국인들은 지금도 방바닥을 데우는 바닥난방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과거 벽난로를 사용하던 서양에서는 현재도 공기를 계속 데워야 하는 대류난방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닥난방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따뜻함에 한 번, 에너지 효율성에 두 번 놀라게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바닥난방이 이미 대세로 정착했고, 미국과 서유럽에서도 신축 주택 상당수에 바닥난방이 설치되고 있어 온돌은 건축분야의 한류라 불리고 있다.
중앙난방 Vs 개별난방 Vs 지역난방
난방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은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정온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37℃인 체온이 불과 2~3℃만 바뀌어도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추위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 위험요소였다. 불의 발명은 인류가 식량을 익혀 먹을 수 있게 된 동시에 추위에 저항해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게 됐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겨울이 길고 추운 우리나라에서 난방은 더욱 중요한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난방 방식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토교통부의 아파트주거환경통계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난방 방식은 개별난방(가스보일러)이 52.5%, 지역난방이 21.3%, 중앙난방이 16.6%로 천하를 삼분하고 있었다. 단독 연탄보일러(4.2%)와 단독 기름보일러(3.0%), 연탄아궁이(1.8%)가 일부 사용되나 비중은 상당히 낮았다.
1980년대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였던 중앙난방은 아파트 단지 기계실에 위치한 대형 보일러로 열과 온수를 만들어서 각 세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값싼 중유를 사용해 경제적이고 개별 세대에서 보일러를 관리할 부담이 없으며 상시 온수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일러실에서 난방 양을 일괄 결정해 일정 시간만 공급하기 때문에 세대별로 온도 조절을 못하는 것은 큰 단점이다. 가구마다 공급 온도가 일정치 않아 너무 덥거나 반대로 너무 추울 수 있는데 난방비는 일괄적으로 부과된다. 소비자 불편에 유가상승으로 경제성까지 떨어지면서 중앙난방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개별난방은 각 세대에 보일러를 설치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방법이다. 보일러 연료로는 도시가스가 주로 사용된다. 개별난방의 장점은 세대에서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난방 사용이 가능하고 사용한 만큼 정확히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각 세대별로 보일러를 유지 관리해야 하고 별도 보일러실 공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대형 탱크에 충분한 급탕을 준비하고 있는 중앙난방이나 지역난방과 달리 온수를 사용할 때마다 보일러 가동이 필요하다는 점도 불편하다.
최근 신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사용되는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소에서 물을 데워 열수송배관을 통해 각 세대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24시간 난방과 급탕 사용이 가능하고, 유지관리가 편리하며, 경제적이다는 장점이 있다. 쓰레기 소각열이나 한전에서 폐열을 공급받을 경우 열생산 단가는 더 낮아진다. 하지만 공급 온도가 정해져 있어 바닥을 뜨끈뜨끈하게 데우기 힘든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사용상 편리하기 때문에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온돌을 응용한 아파트의 바닥난방 시스템
개별난방 보일러를 통해 만들어지거나 지역난방 또는 중앙난방을 통해 각 세대에 보내진 온수는 난방 분배기를 거쳐 아파트 바닥에 매설돼 있는 온수 코일을 순환하면서 방바닥의 온도를 높이게 된다. 온수 코일은 두께 16 mm의 플라스틱관을 주로 사용하는데, 아파트 바닥을 시공할 때 경량기포콘크리트층 위에 온수 코일을 20cm 거리를 두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배열한 후 시멘트와 모레를 물로 반죽한 시멘트 모르타르를 40mm 두께로 깔아 온돌을 완성한다. 이 온수 코일 관을 통해 60~70℃ 정도의 온수가 순환하면서 방바닥을 가열하게 된다.
2000년대 중반 이전 건립된 아파트들은 안방에 온도센서가 설치돼 있는데, 보일러를 키고 끄는 형태로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 일부 방의 온도를 낮게 설정하려면 싱크대 하부에 설치돼 있는 난방 분배기에서 수동으로 밸브를 조금 닫아 온도를 조정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전체를 닫아 온수를 차단하면 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신축된 아파트들은 방마다 온도 제어기가 설치돼 있다. 이 경우에는 난방 분배기에 각 방의 실내 온도 설정에 따라 작동하는 모터 구동기가 밸브를 열고 닫아 그 방에 공급되는 난방수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온도를 조절한다.
난방 유지에 단열재가 큰 영향 미처
겨울철 아파트 실내환경이 따뜻하게 유지되는데 난방 못지않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단열이다. 단열성능 향상은 추운 겨울 적은 에너지 비용으로 실내 온열 환경을 확보하고, 실내 온도 및 실간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용 건물에너지사용량 통계 중 준공시기별 단위 면적당 난방에너지사용량 비교 자료를 보면 단열기준을 상향할 때마다 난방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단열기준을 처음 시행한 1979년 9월 이전에 지어진 세대에 비해 2013년 이후 지어진 세대는 난방에너지 사용량이 무려 4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열재는 건축물 내부에 설치되기 때문에 시공 후 교체가 어려워 장기간 사용하게 된다.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볏짚, 왕겨, 톱밥 등 천연재료를 활용해 건물의 열의 손실을 방지했는데, 현재는 폴리스티렌, 폴리우레탄, 폴리에틸렌과 같은 고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발포 단열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단열재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것은 비드법 보온판(EPS)이다. 폴리스티렌을 발포해 구슬 모양 알갱이인 비드(Bead)를 만든 것으로, 흔히 스티로폼이라고 부르는 단열재다. 공기는 다른 재료에 비해 열전달이 잘 안되는데, 폴리스틸렌 발포로 부풀리면서 내부에 공기층을 형성하면 열전달이 차단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하지만 스티로폼은 물을 흡수해 변형되고 파손될 수 있어 습기가 많은 곳에선 취약하다. 이 경우에는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낮은 수소염화불화탄소(HCFC)를 발포 가스로 넣어 폴리스티렌을 발포한 압출법 보온판(XPS)을 단열재로 사용한다. 열전도가 낮은 유리섬유로 만든 그라스울 단열재도 있는데 비싸지만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진공과 에어로겔을 활용한 고효율 단열재가 주목받고 있다. 진공 단열재는 진공 보온병처럼 열을 전달할 물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열전도율 또한 0이 되는 진공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진공 단열재는 강화된 단열기준을 얇은 두께로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널 형태로 출시된 진공 단열재의 열전도율은 비드법 보온판의 1/8 수준에 불과한데, 30mm 두께의 진공 단열재는 240mm의 비드법 단열재와 같은 단열 성능을 보인다. 에어로겔은 98%가 기체로 채워졌기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고체 중 가장 가벼운 물질이다. 에어로겔 단열재의 밀도는 공기밀도의 3배에 불과한데, 유리보다 더 투과성이 높고 단열성이 매우 우수하며 가볍고 자유로운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산 단가가 높아 경제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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