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일상의 상식

별 이야기

BK(우정) 2020. 7. 10. 16:12

일 년 중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계절은 겨울이다. 하지만 별이 가장 멋지게 보이는 계절은 단연 여름이다. 특히 여름철 산이나 바다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한 번쯤 천문학자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비록 올해는 국립공원 대피소들이 모두 문을 닫아서 높은 산에서 밤을 보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도시를 벗어나 밤하늘로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기 바란다.

 

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 시간

 

더운 여름, 천문대를 찾는 관람객에게 여름이 더운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지구와 태양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남반구의 호주는 겨울이다. 여름에 더운 이유가 지구와 태양의 거리 때문이라면 지금 호주가 추운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근일점과 원일점. ⓒ 천문우주기획

지난 4일은 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 날(원일점)이었다. 이날 태양은 지구-태양 평균 거리(약 1억 4,960만 km)보다 약 250만 km 더 먼 1억 5210만 km 정도 떨어져 있다. 거리로만 보면 7월이 일 년 중 가장 추워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운 이유가 지구와 태양의 거리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7월에는 자전축의 북쪽 끝(북극)이 태양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북반구에서 태양의 고도가 높고 그만큼 일사량이 많아진다.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워지는 1월 5일(근일점) 무렵에는 그 반대다. 이때 남반구는 태양의 고도도 높고, 거리도 원일점일 때보다 3% 정도 더 가깝기 때문에 북반구의 여름보다 더 덥다. 물론 이것은 평균적인 기온이며 남반구도 위도에 따라, 해류의 영향에 따라 실제 기온은 다르게 나타난다.

 

계절이 변하는 이유 ⓒ 천문우주기획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전갈자리

 

요즘 저녁 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은 남동쪽 하늘에 떠오른 목성이다. 밝기는 –2등급 정도. 한 등급의 밝기 차이가 2.5배이기 때문에 목성은 평균적인 1등성보다 15배 정도 밝게 빛난다. 목성 바로 왼쪽에 빛나는 별은 토성이다. 토성의 밝기도 거의 0등급으로 충분히 밝다. 이 두 별에서 오른쪽, 즉 남쪽하늘 지평선 위로 가장 밝게 빛나는 붉은 색 1등성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전갈자리 으뜸별 안타레스이다. ‘안타레스(Antares)’라는 말은 ‘안티 아레스(Anti Ares)’에서 유래된 말로 ‘화성(Ares)의 라이벌’이라는 뜻이다. 전갈자리가 황도 위에 있기 때문에 2년에 한 번 정도 비슷한 밝기의 붉은색 화성과 안타레스가 만나는 모습이 마치 라이벌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전갈자리는 생일 별자리를 뜻하는 황도 12궁 중 가장 보기 힘든 별자리 중 하나다. 황도 12궁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해서 남쪽 지평선이 트인 곳이 아니면 전체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남반구에서는 천정 부근까지 올라오는 매우 유명하고 멋진 별자리로 밤하늘에 드리운 낚싯바늘을 닮았다고 해서 낚싯바늘 별자리로 불리기도 한다.

 

7월 4일 밤 10시경 남쪽 하늘 ⓒ 천문우주기획

S자 모양으로 늘어진 전갈자리 끝부분에서 가장 밝은 별이 전갈의 독침에 해당하는 샤울라(Shaula, 독침)라는 2등성이다. 이 별 바로 옆에는 3등성의 레사쓰(Lesath, 침)가 있다. 두 별은 우리나라 옛 설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등장하는 오누이로 알려져 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전갈자리를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로 보았고, 끝에 보이는 두 별 중 밝은 샤울라는 달이 된 오빠, 조금 어두운 레사쓰는 해가 된 동생으로 여긴 것이다.

 

충주 비내섬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전갈자리와 목성, 토성 ⓒ 이태형

여름 밤하늘에는 우리나라 설화와 관련된 별자리가 많다. 그만큼 밤을 새우며 별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구전되어 오던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막의 무서운 독충인 전갈은 황도 위에서 가장 큰 별자리였다. 하지만 11개였던 황도 별자리를 12개로 늘리면서 전갈의 집게발 두 개를 잘라 천칭자리를 만들었고 이때부터 전갈은 집게발이 잘려 나간 불쌍한 모습을 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는 아르테미스 여신과 사랑에 빠진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아폴로 신이 풀어 놓은 전갈로 알려져 있다. 아폴로는 오리온이 죽어서 별자리가 된 후에도 전갈을 별자리로 만들어 하늘에서도 오리온을 쫓게 하였다고 한다. 오리온이 지고 나면 전갈이 뜨고, 전갈이 지고 나면 오리온이 뜨기 때문에 밤하늘에서 오리온자리와 전갈자리를 같이 볼 수는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대가로 오리온은 하늘에서도 전갈에 쫓기고 있고, 사랑하는 연인을 갈라놓은 죄로 전갈은 집게발이 잘리는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갈자리의 으뜸별 안타레스는 전갈의 심장을 뜻하는 콜 스콜피아이(Cor Scorpii)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별과 좌우에 있는 두 3등성을 합쳐서 여름철의 삼태성이라고도 한다. 여름철 남쪽 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세 개의 별이라서 붙여진 이름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갈자리를 우리나라 민담 속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로 보았지만 조선시대 성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는 동쪽을 수호하는 청룡의 배부터 꼬리까지로 보았다. 고대 그리스 별자리에서 전갈의 심장으로 불린 안테레스는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는 좌우 두 별과 함께 청룡의 심장(28수 중 5번째인 심수(心宿))으로 불렸고, 샤울라를 포함한 전갈의 꼬리별들은 청룡의 꼬리(28수 중 6번째인 미수(尾宿))였다. 동서양이 별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의 전갈자리 ⓒ 이태형의 별자리 여행

방향과 시간을 가리켜 주는 별 북두칠성

 

별자리를 잘 알기 위해서는 일단 길잡이가 되는 별들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북쪽 하늘에서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가 길잡이 역할을 하고, 계절별로는 그 계절에 가장 밝은 별들이 길잡이가 된다. 먼저 북쪽 하늘 별자리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북쪽 하늘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별들로 이 둘을 배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 하늘을 기준으로 하면 봄과 여름에는 카시오페이아를 보기 어렵고, 가을과 겨울에는 북두칠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즉, 봄과 여름에는 북두칠성, 가을과 겨울에는 카시오페이아가 북쪽 하늘의 길잡이가 된다는 뜻이다. 북두칠성의 그릇 끝 두 별은 북극성을 찾는 길잡이 별로 ‘지극성’이라고 불린다. 두 별을 연결하여 다섯 배 정도 되는 곳에 북두칠성과 비슷한 밝기의 북극성이 있다. W자 모양을 한 카시오페이아에서도 양쪽 별들을 연결하여 만나는 점과 가운데 별을 연결하여 다섯 배 정도 연장하면 바로 그곳에 북극성이 있다.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 천문우주기획

북두칠성의 지극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북극성을 기준으로 거의 정반대편에 있다. 시간상으로는 북두칠성의 지극성이 뜨고 약 14시간 정도가 흘러야 카시오페이아의 중심을 볼 수 있다. 즉, 북두칠성이 북서쪽 하늘로 질 무렵에 카시오페이아가 북동쪽 하늘에 뜬다는 뜻이다. 학교에서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를 일 년 내내 볼 수 있다고 배우지만 그것은 북쪽 지평선이 완전히 트인 곳에서만 가능한 일로 높은 산 정상에서 맑은 날에만 가능하다. 북극성의 고도는 그 지역의 위도와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극성은 북쪽 지평선에서 약 35~38도 사이에 있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은 하와이에서는 북극성이 지평선에서 20도 정도 높이에 있다. 위도가 낮아질수록 북두칠성이 지는 시간이 빨라지고 카시오페이아가 뜨는 시간은 늦어진다.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찾는 길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시간을 알려주는 별이기도 하다.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24시간에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씩 돈다. 지구 자전 때문이다. 물론 지구의 공전으로 인해 1년에 한 바퀴씩 돈다. 북극성을 시계 축으로 보고 북쪽 하늘을 커다란 시계로 생각하면 북두칠성은 두 시간에 한 칸씩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시침이다. 예를 들어 밤 9시에 북두칠성 시침이 3시 방향에 있었다면 두 시간 후인 밤 11시에는 2시 방향을 가리킨다. 북두칠성 시침은 같은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에 한 칸씩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 ‘293 899’라는 숫자를 기억해 보자. 2월 1일 밤 9시에는 북두칠성의 지극성이 3시 방향에 있고, 8월 1일 9시에는 9시 방향에 있다는 뜻이다. 2월 1일 9시에 3시 방향에 있다면 3월 1일 9시에는 2시 방향, 4월 1일 9시에는 1시 방향에 북두칠성이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7월 1일 경에는 밤 9시에 북두칠성이 10시 방향에 온다. 물론 이때 카시오페이아는 북극성을 기준으로 5시 방향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북쪽 지평선이 트인 곳에서나 겨우 보인다. 하와이같이 북극성의 고도가 낮은 곳에서는 보기 힘들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www.sciencetimes.co.kr/news/%ed%95%b4%ec%99%80-%eb%8b%ac%ec%9d%b4-%eb%90%9c-%ec%98%a4%eb%88%84%ec%9d%b4%ec%99%80-%ec%a0%84%ea%b0%88%ec%9e%90%eb%a6%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