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거리에서

BK(우정) 2020. 7. 3. 21:20

도착한 날은 목적도, 방향도 없이 걷는다

일단, 현지인-like가 되기 위하여~

 

거리에서/BK

 

거리에서, 나는 여전해요

가끔은 벤치에 앉고, 버스를 타고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걸어요

좁은 골목길을 기웃거리고

저마다의 작품들도 관람하고

오래된 건물, 옛이야기도 찾아요

사람없는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몇대 배웅하기도 하고

오늘의 날씨, 기온, 해넘이 시간

별 이유도 없이 체크를 해요

빈 수레, 빈 의자에

앉아볼까? 말까?

외로운 겨울 나무에

기대일까? 말까?

작은 갈등에 혼자 웃기도 하죠

눈 덮인 지붕에

작은 눈덩이를 던져 올리면

데구르 굴러 내리는 더 큰 눈덩이들

하하, 웃고야 말죠

처마 아래, 작은 등불과 장식들

바라보며, 뭔가 아는 듯 중얼거리죠

저 집에는 어떤 이들이 살까

괜스런 궁금증에

오래 기다리며 바라보기도 해요

어스름이 오고, 등불이 켜지면

혼자 남을 석상, 어루만지며

슬픈 작별 인사를 나누죠

불빛들을 능금처럼 매달고

밤전차가 오고 있어요

거리가 떠나고 있어요

낮의 풍경처럼, 떠나는 해처럼

오랜 기억들처럼

거리에서, 나는 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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