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일상의 상식

해바라기의 비밀

BK(우정) 2020. 5. 27. 13:51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노란색을 유달리 좋아했다. 노란 햇살이 가득한 아를로 이사를 간 그는 노란색으로 페인트칠을 한 노란 집에 노란색 해바라기를 화실 가득 두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꽃인 해바라기를 연작으로 여러 작품 그려내기도 했다.

고흐의 해바라기

해바라기에는 미학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황금비가 곳곳에 숨어 있다. 황금비는 기하학의 창시자 유클리드가 기원전 300년경에 정의한 것으로서 약 1.618의 근삿값을 지닌다. 해바라기 꽃에 촘촘히 박힌 씨앗들은 시계반향과 반시계방향의 나선이 있는데, 이 배열은 매우 엄격해서 한쪽 방향으로는 233개, 다른 방향으로는 144개의 씨앗이 있다. 그런데 이 두 수의 비가 바로 황금비다. 더구나 황금비를 각도로 변환했을 때의 각인 약 137.5도 역시 해바라기와 줄기에 붙은 나뭇잎에서 관찰된다. 나뭇잎이 황금비의 각도로 가지에서 자랄 경우 어떤 나뭇잎도 일렬로 상대를 가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흐가 해바라기를 좋아한 이유는 아마 이 같은 과학적 사실보다 아를의 태양을 하루 종일 쫓아다니는 해바라기의 향일성(向日性) 때문이었을 듯싶다. 그럼 해바라기는 왜 이처럼 햇빛을 따라다니는 걸까. 사실 태양을 따라다니는 것은 해바라기 꽃이 아니라 꽃이 피기 전의 줄기 윗부분이다. 해바라기 줄기 끝은 아침에 동쪽을 향해 있다가 해가 지는 오후에는 서쪽을 향한다. 그리고 해가 지면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밤새 태양을 기다린다.

 

생장 효율 높이기 위해 햇빛 따라다녀

 

꽃이 피기 전까지 해바라기가 왜 해를 쫓아다니는지에 대한 이유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2016년 8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밝혀졌다. 연구진은 해가 뜨기 직전에 해바라기가 심어진 화분의 방향을 180도 돌려 줄기 끝이 서쪽으로 향하게 했다. 실험 결과 그렇게 성장한 해바라기는 식물체 무게가 덜 나갔고 잎의 면적도 작았다. 즉, 해바라기가 해를 쫓아다니는 것은 빛을 최대한 받아 광합성 효율을 높임으로써 생장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줄기의 축이 해를 향해야 수직 방향으로 달리는 잎이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LED 조명을 이용해 계속해서 동쪽 방향에서만 빛을 비춰주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런데 해바라기는 태양이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서쪽으로 줄기 끝을 돌려버렸다. 해바라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빛이 아니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추가 실험을 진행해 해바라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식물체에 내재된 일주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24시간 일주기의 리듬에 따라 식물성장호르몬인 옥신의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밤에는 줄기를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 낮에는 점차 서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장하는 동안 해바라기의 줄기 끝은 점점 동쪽으로 향하면서 성장이 끝나고 꽃이 필 무렵엔 완전히 동쪽을 향해 굳어진다. 더 이상 해바라기가 아닌 동쪽 바라기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동쪽으로 향한 꽃이 수분 효율 높아

 

연구진은 아침에 동쪽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꽃이 일부러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놓은 해바라기 꽃보다 온도가 3~4도 더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서쪽으로 돌려놓은 해바라기 꽃에 비해 동쪽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꽃에 찾아오는 벌이나 나비 같은 수분 곤충의 방문 빈도는 5배나 더 높았다. 밤새 온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꽃이 동쪽을 향해 있어야 해를 정면으로 받아 온도가 빨리 올라가고, 이처럼 따뜻한 꽃에 곤충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즉, 성장을 마친 해바라기 꽃이 동쪽 바라기가 되는 까닭은 수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성장을 할 때는 하루 종일 최대한 햇빛을 많이 받아들여 생장 효율을 높인 다음, 성장을 끝낸 후 꽃이 피게 되면 번식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성장이 끝나 꽃을 피운 해바라기에 성장 호르몬을 주입한 결과, 해바라기가 다시 태양을 추적하는 활동을 재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루 종일 태양만 바라보면서 움직인다고 생각한 해바라기가 실상은 성장하고 생식하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방향을 정한다는 사실은 좀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해바라기를 비롯한 고흐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밝은 노란색도 세월이 갈수록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론가들은 가난했던 고흐가 싸구려 물감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럽의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한 결과 고흐 그림 속의 화려한 노란색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점차 갈색으로 변하게 한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햇빛 속의 자외선이 그 범인이었던 것이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www.sciencetimes.co.kr/news/%ed%95%b4%eb%b0%94%eb%9d%bc%ea%b8%b0%eb%8a%94-%ec%99%9c-%ed%95%ad%ec%83%81-%ed%95%b4%eb%a5%bc-%eb%b0%94%eb%9d%bc%eb%b3%bc%ea%b9%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