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할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도시, 오랑. 사건의 발단은 ‘쥐’ 한 마리가 병원 계단에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면서다. 이를 특별하게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털이 젖은 큰 쥐 한 마리가 불쑥 비틀거리며 돌진하듯 달려 나와 피를 토하며 죽는 광경은 분명 기이한 일이었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70여 년 전 쓴 소설 ‘페스트’는 유럽에서만 25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최악의 전염병 ‘페스트(Peste)’에서 영감을 얻었다.
야생동물이 옮겨온 병, 일상이 파괴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9(COVID-19)로 전 세계의 움직임이 정지된 이때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지금의 상황을 예견한 듯 많은 부분이 현실과 닮았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야생 설치류가 가져온 균 때문이다. 페스트는 쥐벼룩에 의해 전파되는 ‘옐시니아 페스티스’라는 균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된다. 원래 중국 동북부나 몽골, 중앙아시아 등 기근이 닥치면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이 병은 1347년 킵차크 부대에 의해 아시아 내륙에서 유럽으로 전파됐다. 환자의 비말, 분비물, 배설물 등에 의해 전염이 되는데 증세가 격심하고 사망률이 높으며 전염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증세는 갑자기 오한이 나고 고열을 동반한다. 현기증이나 구토 증세가 생기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카뮈의 소설 ‘페스트(민음사 출판)’는 지난 2월부터 알라딘, 예스 24 등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해 현재까지 상위권에 올라있는 상태다.소설 속 배경인 오랑은 북아프리카 알제리 해안에 있는 도시이다. 카뮈가 소설을 썼던 1940년대는 프랑스 식민지였다. 소설 속 오랑 사람들은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을 만끽하기 위해 주중에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몰두한다.
젊은 사람들은 좀 더 강렬하고 즐거운 유희에 몰두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개인 생활을 누리기 위해 남겨진 자유 시간에 카페에서 카드놀이를 하거나 수다를 떨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그냥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삶의 연속이다.
하지만 전염병이 번지면서 이렇게 나누었던 일상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자유롭다고 믿었지만 전염병이 돌면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다. 가장 먼저 일상을 앗아갔다. 사람들은 전염병이 확산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 지인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고 카페와 음식점에서 소소하게 즐기던 일상을 포기해야 했다. 소설은 현재 답답한 상황을 거울처럼 비춘다.
답답한 현실 끝낼 방법, 끝까지 인내하고 싸우는 것
평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빼앗아간 것은 병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랑에서는 가짜 뉴스가 번지고 있었다. 병에 대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페스트에 걸린 사람들은 푸르스름한 입술과 납빛의 눈꺼풀을 떨었다. 숨은 불규칙적이고 짧았다. 멍울의 통증 때문에 온몸이 찢기는 듯 괴로워했고 땅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계속 이름을 부르는 것과 같은 환청을 들었다. 죽음은 가난한 자와 부자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사람들은 병에 걸릴까 두려움에 떨며 여러 유언비어를 믿었고 말은 겉잡을 수없이 번져나갔다.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은 종교를 찾았다. 잘못된 신앙은 사람들에게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가짜 뉴스와 잘못된 종교에 대한 신념, 사재기, 극심한 경제 상황 등 소설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설을 보며 감정이입이 되는 건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슬픈 상황이 지금과 똑같이 닮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늘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고통스러운 이별을 느끼고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전염병에 대응해 확고하게 단결한다면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19일 현재 영국은 11만 421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누적 사망자 수는1만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염병은 70여 년의 세월을 무색게 한다. 인류는 그동안 수많은 문명의 발전을 따라왔다.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에는 속수무책이다. 소설 속에서 환자가 생긴 집들은 폐쇄되어 소독되었다. 가족은 40일가량의 안전 격리 조치에 따라야 했으며 매장 문제는 장차 결정될 조건에 따라 시 당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여전히 지금도 전염병에 유효한 대책들이다.
사람들의 노력으로 오랑에서 페스트는 소멸됐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별안간에 끝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얼떨떨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은 전속력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일들은 기대하던 것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균의 완전한 사멸이란 없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코로나19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또 다른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지 모른다. 카뮈는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도 있고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나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꾸준히 살아 있다가 언젠가 인간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주기 위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인내하고 병을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은 끝까지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염병을 이겨낸 오랑 사람들은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소설 페스트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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