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사람과 예술

단테, 그리고 신곡

BK(우정) 2020. 3. 1. 10:24
13세기 이탈리아 작가 단테의 <신곡, 神曲, La Divina Commedia>은 사후의 세계를 중심으로 한 그의 여행을 기록한 형식을 취하지만, 그 당시 권력투쟁이 난무하던 피렌체의 정치계를 희극의 형식으로 풍자한 희극이다. 그는 파벌주의와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백교황당(White Gulefs)을 이끄는 정치인으로 성공했지만, 권력투쟁에서 흑교황당(Black Gulefs)에 패배하면서 고향 피렌체로부터 추방을 당하자 긴 망명 생활을 했다. 고국 피렌체는 단테에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면 사면 시켜주겠다는 조건부 사면령이 내려졌으나, 그는 이를 치욕적으로 받아드려 응하지 않고 북부 이탈리아를 떠돌다가 결국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라베나에서 56세의 일기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철학자 괴테는 "신곡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이다"라고 말했듯이 문학적인 걸작인 단테의 신곡은 1307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그가 세상을 하직하기 직전인 1321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참한 인상을 주는 것은 <지옥편>이고, <연옥편>과 <천국편>은 쾌적하고 즐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20년에 걸쳐 망명 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신곡을 통해 풍자했으므로 신곡은 그 당시 그의 정치적 입장이 절대적으로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단테의 신곡 <지옥편>은 당대의 정적을 등장시켜 부패하고 무능한 교황을 10개 층으로 구분하여 비판하고 있다. <지옥편>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면 죄를 짓지 않았으나 세례를 받지 않은 자, 애욕에 빠져 간통을 저지른 자, 폭음과 폭식에 빠진 자, 탐욕에 미쳐버린 성직자들과 망령에 빠진 자. 분노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죄를 저지른 자, 이단자들이 가는 곳, 폭력으로 남을 해친 자, 사기로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 놓은 자들이 형벌을 받는 곳이다. <지옥편>에서 가장 참혹한 형벌을 받는 자들이 가는 곳이 제10옥이다. 단테는 혈족이나 동지, 그리고 조국과 은인을 배신한 것을 가장 나쁘게 비판했다. 우골리노 백작을 배신했던 피사의 주교 루지에리, 스승인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를 마지막에 두고 있는 이유다.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의 이야기는 자주 회자된다. 브루투스는 폼페이우스 편에 서서 카이사르에 대항하였으나 폼페이우스가 전쟁에서 패하자 그는 카이사르에게 투항할 뜻을 표했다. 카이사르는 자신의 부하들과 동등하게 용서하고 그를 소중히 여겼을 뿐만 아니라 성격과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의 전제적인 통치에 분노하고 공화정의 복구를 갈망하면서 카이사르를 암살했다. 그는 카이사르 암살 후 5개월 만에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에 의해 쫓겨나 필리피 전투에서 옥타비아누스 연합군에 패배하고는 공화정 재건의 이상이 무너졌음을 깨닫고 자살했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암살한 후 추도사에서 "카이사르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죽였다"고 묘사하면서 브루투스의 모습을 실제보다 미화한 것 같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죽으면서 외친 말 "브루투스, 너마저"(Et tu, Brute)는 그가 용서하고 믿고 사랑했던 사람의 칼에 찔린 특별한 고통을 표현한 것이었기에 오히려 울림이 더 큰 편이다.

출처 : 대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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