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글과 책, 출판*

와인을 누이며

BK(우정) 2020. 2. 15. 06:56







와인을 누이며

 

 

아는 이가 와인은 눕혀 보관하란다.

코르크가 마르면 생명을 다한다고

와인을 길게 누이며

곁에 누워 보고픈 마음이 든다

 

삶의 대부분을

발은 땅을 딛고, 머리는 치켜들고 살아 와

말라버린 코르크가 된 뇌를 가진 우리들

 

바스러질 듯한 뇌의 틈을

가는 실핏줄들이 힘겹게 헤집는다.

바위를 움켜쥐는 석란의 잔뿌리처럼

 

오늘부터라도 종종

와인처럼 길게 누워

마른 틈을 힘겹게 헤집는 실핏줄들에게

혈액이라도 공급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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