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BK
국화를 만나며
가을에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난 너는
여느 꽃과는 다르리라.
굳이 사군자라 칭하지 않아도
너의 기품과 절개는 고고하기만 하다.
가을 창가에 네가 있어
외로움은 고귀함으로 피어나며
가을 뜨락에 네가 있어
적막함은 평안함으로 피어난다.
이리 너를 벗하여 책을 열면
네 향기와 자태가 책장을 넘긴다.
어찌 너를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찌 너를
인간의 소소한 행사에 치장으로만 알았던지
가을 창, 가을 뜨락에서
세월이 흘러 새롭게 만난 너를 반기며
네가 주인이 되고, 내가 객이 되어
하염없이 너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