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화가, 그의 전시
종일을 비가 내리는 날에 가려 하였다
오늘이다
강남 회의를 마치고
그는 감성을 꿰뚫는다
비의 풍경, 풍경화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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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빗방울은 작은 불빛마저도
사방으로 흐트려놓고
선명한 풍경들도
비구상으로 칠해버린다
그래, 하루쯤 잘게 부서지면 어떠랴
질서도 규칙도 없는
어지러움이라면 또 어떠랴
멋지게 부서지기 위하여
살아가는 것
어지러움 속에서 빙빙 돌아가며
견뎌가는 것
하루쯤, 벗어나려 기를 쓰지 말고
빗물에 맡겨버리면 어떠랴
소용돌이로 휘돌아 사라지는
저기 초록의 한 닢, 낙엽처럼
끊임이 없이 반짝이는
빗방울들의 영롱함처럼
ᆞ
ᆞ
모두들 사라져 가는 거야, 덧없이 화려하게
모두를 적시는 빗물처럼,
찰나로 반짝이는 불빛처럼
그를 지난 6월에 만났다.
그 날도 비가 내렸다
스스로의 세계에서,
강을 이루고 바다를 향하는 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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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을 좋아하나 보다
그림들이 몇 점 더있다
언젠가ᆢ
.
.
그리고, 타워 브릿지
역시 비가 내린다
언제이던가ᆢ
비의 복도에 섰다
그림들은 작은 창들이 되어
쉴새없이 빗소리를 전한다
이제 밖을 나서면,
이러한 풍경을 만나리라
기대는 늘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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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되어
비가 내린다
빗방울들이 유리창에
후두둑 떨어진다
창 밖의 풍경이
온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
비가 내리기 전과 후
세상은 한순간에 쉽게도 바뀌더라
그 때도 그랬었다
네가 내게로 오기 전과 후
떠나기 전과 후
그렇게 세상은 변해갔다
빗물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