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은 야생 동물에게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그래서 야생 동물들은 가을이 되면 무척 바빠진다. 미리 먹이를 많이 먹어 몸속에 영양분을 비축하기도 하고, 자기만 아는 창고에 먹이를 숨겨놓는다. 하지만 이런 대비만으로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동물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겨울잠이다.
변온동물의 겨울잠
척추동물은 크게 정온동물과 변온동물로 나눌 수 있다. 정온동물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몸에서 계속 열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바깥 온도와 상관없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어 추운 겨울에도 활동할 수 있다. 반면에 변온동물은 체온을 조절할 수 없어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결국, 변온동물은 추운 겨울이 오면 제대로 활동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주변 온도가 영하가 되면 체온도 영하로 내려가 몸속의 물이 얼 수 있다. 그래서 변온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겨울잠이라는 능력을 획득하였다. 이들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몸속에서 물이 얼지 않게 하는 물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변온동물인 양서류와 파충류는 겨울잠을 자기 위해 온도 변화가 작은 물밑이나 땅속으로 들어간다. 이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이 주위 온도와 같아지고 물질대사가 매우 낮아진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될 때까지 심장박동과 호흡이 거의 멎은 가사 상태로 겨울잠을 잔다.
정온동물의 겨울잠
정온동물은 변온동물에서 진화했다. 진화 과정에서 정온동물은 살아가는 데 적절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얻었다. 이 때문에 이들에게 겨울잠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그런데 정온동물 중 일부 포유류는 여전히 겨울잠을 자고 있다. 포유류 전체를 27개의 그룹으로 나눌 때 11개 그룹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을 찾을 수 있다. 이 동물들은 대부분 북반구의 중위도에서 고위도에 걸쳐 비교적 추운 지역에 사는데, 최근에는 열대, 아열대 지역에 사는 포유류 중에서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발견되었다. 이들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먹이를 구하지 못하거나 포식자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곰을 제외하면 대부분 크기가 작다. 동물은 크기가 작을수록 체중에 대한 표면적이 커지고, 체중에 대한 표면적이 클수록 열을 외부로 빼앗기기 쉽다. 결국, 크기가 작은 동물일수록 추운 겨울철에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크기가 작은 동물 중 많은 종류가 겨울잠을 선택했다.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들은 가을이 끝날 무렵부터 봄이 시작될 때까지 몇 달 동안 땅의 구멍, 동굴, 식물 뿌리 등에서 잠을 잔다. 잠을 자는 동안 몸에 필요한 영양분 공급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겨울 몇 달 동안 계속 자기 위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영양분을 최대한 섭취하여 몸속에 지방으로 쌓아두는 종류가 있고, 겨울잠을 잘 곳에 미리 많은 식량을 저장해 두고 겨울잠을 자는 중에 잠시 깨어 먹이를 먹는 종류도 있다. 또, 두 경우를 모두 선택하는 종류도 있다.
포유류도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이 내려간다. 박쥐와 고슴도치, 햄스터, 동면쥐 등은 체온이 기온에 맞춰 내려가면서 거의 가사 상태에서 겨울잠을 잔다. 예를 들어 긴가락박쥐는 체온이 5도, 동면쥐는 0도까지 내려간다. 다람쥐도 체온이 5도까지 내려가고, 평소에 분당 200회 정도 뛰던 심장이 1분에 10회 미만으로 뛴다. 호흡수도 1분에 몇 회 정도로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너구리, 오소리 등은 체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고 물질대사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겨울잠을 자다가도 때때로 깨어나 먹이를 먹는다. 그런데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계속 저체온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체온이 급격하게 원래 상태로 돌아와 깨어나는데, 이것은 몸속에 생기는 노폐물을 처리하기 위해서이다. 저체온 상태에서는 노폐물의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렇게 가끔 깨어 배뇨와 배변을 한다.
곰의 겨울잠과 인간의 겨울잠 가능성
곰은 다른 포유류와 좀 다른 겨울잠을 잔다.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이 31~35도 정도로 정상 체온인 37도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겨울잠을 자는 동안 전혀 깨지 않고 물을 포함해 먹이를 먹지 않으며 배뇨와 배변도 하지 않는다. 곰은 소변을 배출하지 않고 방광 벽에서 흡수하여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으로 재활용한다. 그래서 겨울잠을 자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겨울잠을 자는 동안 근육 손실이 크지 않다. 또한,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몸속의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와 물, 이산화탄소로 바꾼다. 그래서 겨울잠을 자는 동안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 이러한 곰의 겨울잠을 응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주선을 타고 긴 시간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들이 곰과 같은 겨울잠을 자면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인간이 겨울잠을 잘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체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비슷한 종류의 동물보다 수명이 길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잠을 자는 동안 발암 물질에 노출되고 세균이 침입하여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래에는 건강과 수명 연장을 위해 겨울잠을 자는 인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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