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9일 파키스탄 북부의 한마을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스쿨버스가 정차했을 때 괴한들이 올라타서는 한 여학생에게 총을 난사한 것. 머리와 목에 총알을 맞은 그 여학생은 영국으로 이송되어 두개골 복원 및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끝에 극적으로 회복되었다. 그 여학생이 바로 201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아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된 말랄라 유사프자이다.
인공 달팽이관의 최초 시술자는 호주의 청각장애인이었던 로더 손더스였다. 그는 1978년에 그래엄 클라크 교수가 개발한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받은 후 호주 국가가 연주될 때 부동자세를 취해 모두를 감격시켰다.
달팽이관은 귀의 가장 안쪽 부분인 내이에 위치한 청각기관이다. 달팽이처럼 생긴 이 기관은 다양한 소리를 각각의 주파수에 따라 구별해 감지한다. 인공 달팽이관을 개발하기 위해선 이 기관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달팽이관이 기계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정확히 규명하고, 그 특이한 구조를 밝힌 이는 헝가리 태생의 물리학자인 게오르크 폰 베케시다.
1899년 6월 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스위스 베른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짧은 군 복무 후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졸업 후 헝가리 우체국 연구소에 입사한 그는 원거리 통화의 문제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가장 근본적인 귀의 음향 전달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안개 등으로 시계가 불량할 때 울리는 선박의 기적 소리가 바다에서는 멀리까지 들리는 반면 정작 기적 소리를 내는 선박의 객실 내에서는 들리지 않는 사실에 관심을 가질 만큼 그는 원래부터 소리와 귀의 작용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병원 부검실을 성가시게 한 과학자
귀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그는 병원 부검실의 성가신 존재가 되었다. 의학용으로 기증된 시신을 이용해 거의 매일 연구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는 달팽이관의 기저막에서 음향적으로 움직이는 패턴을 관찰하기 위해 고배율의 스토로보스코픽 현미경을 사용해 1/100㎜ 단위로 측정했다. 스트로보스코픽은 진동하는 물체를 연구하는 장치다. 그의 해부학적 연구 대상은 인체뿐만 아니라 기니피그, 닭, 생쥐, 소,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한 번은 부다페스트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을 시켜 귀를 잘라오게 했다. 그런데 코끼리 귀가 워낙 커서 깊은 내이에 위치하는 달팽이관을 잘라오지 못했다. 그러자 베케시는 사람을 다시 보내서 죽은 코끼리 내이 속의 달팽이관을 가져와 실험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외부의 소리가 귀로 들어와 고막을 진동시키면 중이(中耳)에 연결된 조그만 뼈에서 20여 배로 증폭돼 내이의 달팽이관으로 전달된다. 달팽이관에는 1만 6000개의 실털 같은 유모세포로 된 코르티기관이 있는데, 전달된 음파는 림프액을 진동시켜 달팽이관을 세로 방향으로 분할하는 기저막에 파동을 일으킨다. 그런데 기저막은 세포들 중 한쪽이 고음을 인식하고 반대편으로 갈수록 점점 저음을 인식하도록 배열된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배열을 ‘토노토피’라고 하는데, 이는 각각 진동수와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합성어다. 즉, 높은 진동수의 음은 기저막 기저부의 좁은 범위에서 인식하고, 낮은 진동수의 음은 기저막 첨부의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인식한다. 기저막은 중이에 가까운 입구 부분인 기저부에서 첨부 쪽으로 갈수록 점차 폭이 넓어지는데, 첨부의 폭이 기저부에 비해 대략 5배 정도 넓다.
청력학 및 진단법 발달시켜
기저부는 짧고 두꺼우며 딱딱하지만 첨부로 갈수록 길고 부드럽다. 마치 몸통이 작고 현이 짧은 바이올린이 높은 음을 내고, 몸통이 크고 현이 긴 콘트라베이스가 저음을 내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음파의 진동수에 따라 기저막의 각기 다른 부분이 진동한다는 사실을 처음 주장한 이는 생리 음향학 분야의 개척자인 헬름홀츠 박사다. 하지만 가설에 불과했던 이 이론을 베케시가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이 밖에도 그는 가느다란 바늘을 전극으로 사용해 기저막에 가해진 국소적인 압력이 다양한 강도로 변형되어 모세포에 가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그는 휴식기의 수용체 막에 커다란 전위차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는 ‘와우내전위’도 발견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6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발견들은 소리를 신경 전파로 변화시키는 수용체에서의 역학적 현상, 전기적 현상의 분석 및 관계 파악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청력학 및 진단법을 발달시켜 귀 질병 치료에 큰 발전을 이루게 했다. 1946년 헝가리를 떠나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로 간 그는 1947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 정신청각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1966년 하와이대학 교수가 되어 감각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베케시는 1972년 6월 13일에 세상을 떠났다.
이상,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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