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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차 산업 혁명, 대정부 권고안

BK(우정) 2019. 12. 1. 06:19

<권고문>


“중국은 지난 200여 년의 세계 산업화, 현대화의 역사 속에서 3차례의 산업혁명 기회를 놓쳤다.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의 역사에서 중국은 변경국, 낙오국, 낙후국이었고 이로 인해 1820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중국 경제가 1950년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4차 산업혁명 태동기의 중국'(北京日报 2013.02.25, 후안강 칭화대 국정연구원장) 


1. 4차 산업혁명의 도래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가 마주한 현실이다.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의 등장, 중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의 유례없이 빠른 발전 속도에 따른 사회 전반의 변혁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은 초연결 사회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기계가 지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인다. 알파고가 바둑을 통해 뚜렷하게 확인시켰다. 인간의 인지적 영역까지 기술혁신이 진입한다. 과거의 산업혁명들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일자리 변화를 촉진한다. 당연히 산업·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진일보를 요구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은 뷰카(VUCA)로 요약된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 (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특징이다.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로 인한, ‘뷰카’의 시대이다.  큰 변혁의 시대에는 과거 또는 기존의 규칙을 의심해야 한다. 정교한 계획으로 미래를 준비하거나 정부를 포함한 특정인이나 집단이 앞에서 이끌어가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끊임없는 도전’과 ‘현명한 시행착오’를 통한 미래 개척이 더욱 효과적이다. 국가의 나아갈 방향과 비전, 그리고 정책을 총괄적으로 재고할 시기다.


2.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대한민국의 현재는 ‘풍요 속 불안’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세계 최고의 기대수명 등 제법 윤기나는 수사와 수치를 삶에서 느끼지 못한다. 국민의 절반이 자신을 중산층 이하로 여기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국민 다수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불안감의 뿌리는 ‘일자리’다. 현재의 일자리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면서 불안감은 심화되고 가중된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시기와 비교할 때, 일자리 문제에서 기인한 지금의 불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가 등장할 수 있다는 비관적 생각과 정서가 팽배하다. 국민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일자리 불안감은 극대화된 반면, 공무원·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정규직 등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은 어느 때보다 높다. 깊은 불안감 위에 높은 눈높이가 더해지면서 기존의 단순한 양적 수단은 더 이상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는 문제를 증폭시킨다.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부문에서는 혁신역량과 창의성을 지닌 인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정 기업에 고용된 노동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수요자로부터 일거리를 받아 수행하는 1인 기업가, 프리랜서가 늘어난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즉시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좋은 일자리’로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공지능은 저숙련자 혹은 고숙련자보다 현재 대졸자들에 해당하는 중숙련자들의 일자리를 더욱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는 빠르고 예측이 어려운 형태로, 그리고 법과 제도를 비롯한 사회적 준비가 채 되기 전에 이미 진행 중이다.


3. 글로벌 산업 경쟁력 변화

일자리는 글로벌 경쟁이 한창이다. 우리의 조선업이 좋은 사례다. 경쟁력을 잃어버린 대가는 크다. 일자리 상실과 국민 불안감으로 귀결된다. 4차 산업혁명은 물자와 사람 등의 이동성을 높이면서 국가 간 경계를 무너뜨린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산업경쟁을 가속화시킨다. 특히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관련 인프라의 발전에 따라 국가 간 탈경계와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 지상파 대신 다국적 기업의 동영상 서비스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상파의 경쟁력 상실은 일자리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숙소 예약을 위해서도, 여행사에 전화하기보다 다국적 기업의 예약 서비스를 활용한다. 4차 산업혁명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급변의 시기, 어떤 나라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어떤 나라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 인공지능에 따른 업무 대체에 앞서, 해외 기업의 경쟁력 배가에 따른 우리 기업의 도태, 도산, 그리고 일자리 상실을 염려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기득권을 국내시장의 틀에서 이리저리 조정하려 시간을 소모하는 동안, 막강한 자금력과 경쟁력을 앞세운 해외 신생기업이 갑자기 출현해 시장을 과점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4. 인재, 데이터, 스마트자본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도 변화하고 있다. 노동과 자본 중심의 성장이 한계를 보이면서 전통적 생산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은 더 이상 확고하지 않다. 데이터를 비롯한 인재, 스마트 자본 등 생산요소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1) 인재

인재는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개인적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이다. 인재는 전통적 노동자와 구별된다. 공장의 생산직이나 절차에 따라 일하는 사무직과 다르다. 생산 라인에서 최고의 노동자와 평범한 노동자의 성과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최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평범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성과는 수배, 수십 배 수준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심지어 최고 엔지니어의 업무를 평범한 엔지니어는 아예 못할 수도 있다. 기업가 정신을 지닌 소수의 창업자들은 새로운 회사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며, 스스로 탐구하는 각 분야의 장인들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요체이다. 인재는 전통적 노동자와 달리 생산수단을 스스로 소유한다. 국내 IT기업에서 다국적 IT기업으로 이직해도 동일한 개발 환경이 기다린다. 공장과 달리, 기업이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는다. 인재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일한다. 불확실성에서 가치를 찾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힘쓴다. 인재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달리 시간이 아닌 오직 성과만으로 평가받고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전통적 노동자의 성과는 시간과 깊은 연관이 있지만, 인재의 성과는 시간과 무관하다. 조직 또한 인재 관리와 관련해 세부적 지시와 감독보다는 효과적인 협업과 엄정한 성과 평가에 무게를 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회사는 없다. 또한, 기업 뿐 아니라 인재도 일자리를 선택한다. 해고와 이직은 일상이다. 무엇보다 인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다국적 기업들의 인재유치 경쟁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재들이 다국적 혁신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2) 데이터

데이터가 인공지능을 만나면서 글로벌산업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주행 데이터가 많을수록 자율주행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될 것은 자명하다. 자율주행차가 널리 퍼질수록 모빌리티 업계는 전면적 변화를 겪는다. 자율주행을 선도하는 쪽은 전통적 자동차 업계가 아니다. 거대 IT기업이나 신생 자동차 회사들이다. 데이터가 풍성해질수록 헬스케어 또한 급변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진데이터 판독은 이미 현실이다. DNA 정보, 진료 정보, 개인 라이프로그 등을 더욱 많이 확보할수록, 제약, 의료, 간병, 보험 등의 전 과정이 혁신된다. 혁신적 헬스케어 기업들이 세계적 고민인 고령화 문제를 먼저 해결할 수 있다. 금융, 스마트시티, 제조, 법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들도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인재들이 있다. 양질의 데이터가 산업 전반에서 생산·활용되어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나아가 자국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데이터 자산’을 확보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3) 스마트 자본

인재들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다양한 혁신에 나서기 위해서는 스마트자본 또한 중요하다. 기존의 자본은 산업 생산에 투입되는 양적 특성이 컸다. 스마트자본이란 기업의 탄생·성장·도태·합병·분할 등 혁신 기업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지원하는 질적 자본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 시행착오의 기반을 제공한다. 혁신을 가속화하는 ‘인내하는 모험자본’이다. 과거 대기업 상사들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비롯한 지역 확장 등을 지원했지만, 현재는 이러한 역할이 줄어들면서 스마트자본이 지역 확장을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5. 조력자로서의 정부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와 전통적 노동자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세계가 함께 겪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변의 시기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글로벌 산업경쟁력은 필수다. 이는 토지·노동·자본이 아닌, 인재·데이터·스마트자본을 통한 ‘현명한 시행착오’에 의해 가능하다. 정부는 인재들의 무한도전을 위한 환경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뷰카의 시대, 미래는 예측하기보다는 도전과 현명한 시행착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부 정책도 인재들의 탄생, 성장, 도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이버보안 등의 지능화 혁신기반, 노동, 교육 등의 사회제도 혁신도 미뤄서는 안된다. 더불어, 변화에 따른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 등을 포용하기 위한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민간의 혁신을 위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고유한 역할과 책임이 있고, 정부만의 특징과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도전·시행착오·혁신·글로벌 경쟁 등은 민간이 더 잘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정부가 산업계, 교육계 등을 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조정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규제개혁, 갈등조정 등 시장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국가경쟁력과 지능화를 고려한 산업별 맞춤 전략을 추진할 경우, ‘민간 주도, 정부 조력’이라는 대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일하는 방식 전반에 대한 혁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이는 정부의 구성원들에게 투명성이나 공정성 같은 전통적 잣대에 더하여 효율성과 창의성까지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6. 분야별 권고안 


< 사회혁신 >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배가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한다면 정부가 할 일은 뚜렷해진다. 무엇보다 혁신을 이끄는 ‘인재’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노동, 교육, 사회보장 제도의 개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1) 노동 : 노동 다양화를 포용, 국가 주도는 최소화

가장 어렵지만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것은 노동제도의 개혁이다. 우리의 노동제도는 여전히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양화되는 노동의 변화를 반영하지도, 혁신을 이끄는 인재들을 포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화두가 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나 ‘플랫폼 노동자’ 등의 등장과 그에 따른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에 개별 기업, 노동자가 주도적・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인재 성장의 걸림돌이 되거나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모든 규제는 나름의 의의와 취지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일률적인 대책을 사회 전체에 강요하는 방식은 문제다. 앞으로의 노동제도는 노동자의 건강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사업장・개인 단위에서 자율적 선택이 가능하고, 다양한 노동 형태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2) 교육 : 대학의 자율권 강화 등 고등교육 혁신

우리 대학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재 육성을 위한 변화의 핵심은 고등교육 개혁이다.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 전반의 개혁이 필수다.  정부는 개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연구중심 대학 육성과 같이 대학의 유형을 다양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대학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인재 육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권을 강화해야 한다. 등록금 자율화 등 대학의 재정과 의사결정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자연 도태 등 자율권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3) 사회보장 : 혁신을 촉진하는 탄탄한 안전망 구축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가사회 전반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두려움을 수반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혁신의 길에 나설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인재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 기술혁신을 통해 이뤄낸 성과를 공유하여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혁신적 ‘포용사회’ 구축을 위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산업혁신 > 

정부는 ‘민간 주도, 정부 조력’의 대원칙 하에, 혁신적 인재들이 활약할 산업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의 이행속도는 산업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각 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지능화 혁신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큰 ‘바이오헬스’, ‘제조’, ‘도시’, ‘금융’, ‘모빌리티・물류’ 산업과 식량안보 및 미래전략 산업으로서 가능성이 높은 ‘농수산식품’ 산업을 중심으로 권고방향을 제시한다. 

 

(1) 바이오헬스 : 글로벌 수준의 규제 합리화, 개인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

바이오헬스 산업은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파급력이 큰 핵심분야 중 하나다. 우리는 전 국민 건강보험 등 헬스데이터의 축적이 잘 되어 있고, 바이오헬스분야의 고학력 인재풀이 풍부하기에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법제도적 불확실성과 이해관계자 간 오랜 대립으로 인해 관련 산업 발전은 매우 더디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부는 임상시험, 정보활용, 수가체계 등 바이오 및 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선제적이고 선진적인 규제 합리화를 지속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의 건강정보 자기 결정권 강화,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한 상호운용성 확보, 데이터 기반 서비스 발굴을 위한 일관된 정책 등을 통하여, ‘개인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2) 제조 :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협업방식 정착 지원 

한국은 전통적 제조강국이다. 그러나 그동안 강점으로 작용했던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산업생태계가 지금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정부의 수많은 스마트팩토리 정책들은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산업 전반이 혁신 없는 기술적용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제조 환경에 부합하는 혁신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산·학·연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등 혁신 주체 간의 긴밀한 협업 기반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개방적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 산업플랫폼과 제조 빅데이터 구축을 지원해 나가야 한다. 

 

(3) 금융 : 기업 생애 전 주기를 지원하는 스마트 자본의 역할 확대

금융은 기업의 도전과 혁신을 촉진하는 ‘스마트 자본’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매출과 자산을 바탕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대출하던 기업 금융을 벗어나,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춰 기업의 기술력, 미래 성장성을 복합적으로 평가하고 투자하는 ‘인내하는 모험자본’으로 변화해야 한다. 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한편 혁신성장에 걸맞는 모험자본 육성, 투자금융, 인수금융 등의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금융이 혁신의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연화하고, 다양한 금융 기업과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개인신용정보 이동권 도입 등을 서둘러야 한다. 

 

(4) 모빌리티/물류 : 파괴적 변화에 대응할 구체적 비전 제시 

모빌리티・물류분야는 잠재력만큼이나 지능화 혁신으로 인한 변화 또한 매우 크다. 그만큼 일자리 문제 등을 포함한 사회 갈등도 심하여 혁신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관련 기업 및 산업의 경쟁력 확보 및 글로벌 시장 참여가 힘들어질 수 있다. 정부는 현재가 아닌 미래와 국민을 염두에 두고 관련 시장과 산업을 단계적으로 키워갈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파괴적 변화를 가져올 서비스・기술 요소들을 단계적으로 어떻게 채용할 것인지, 어떤 기회가 있고 필요한 준비는 무엇인지,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

 

(5) 스마트시티 : 민관합동(PPP)의 협력적 추진체계 구축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 기술을 적용하는 종합 플랫폼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법령(U-City 법)을 제정하는 등 해당 분야를 선도하였으나, 공공개발 위주로 추진하여 시장 창출에 실패하였다. 공공주도의 정책만으로는 예산, 행정 등의 한계로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 정부는 민간 기업과 시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가시범도시도 민관합동(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의 협력적 추진체계를 통해 지속성 있는 사업추진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수요자인 시민이 도시 조성 단계부터 참여하고, 기업이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혁신 생태계 조성이 요구된다. 또한 이를 통한 체계적 협업체계 구축으로, 선단식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6) 농수산식품 : 도전과 시행착오를 활성화하여 신산업으로서의 잠재력 강화

거대한 글로벌 시장 규모를 갖춘 농수산식품 분야는 미래 유망 산업이다. 우리 농수산식품 산업이 미래 지향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당 분야에서의 다양한 도전과 시행착오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정부는 농수산식품 분야의 연구와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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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능화 혁신기반 > 

사회혁신과 산업혁신이 촉진되기 위해서는 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술-데이터-스타트업 생태계’라는 3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특히, 기술 측면에서는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블록체인 등에 신경써야 한다. ​

 

(1) 인공지능/데이터 :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활용기반 구축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를 주도하느냐 못하느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공지능 기술은 경쟁국에 비해 뒤쳐져 있다. 인재양성 기반도 부족하다. 제도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데이터의 활용과 유통도 원활하지 못하다. 정부는 국가의 사활이 걸렸다는 절박감을 갖고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개별 산업 분야의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형 인공지능 인재’의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개인정보보호 법제의 개선을 포함한, 데이터의 활용과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적・물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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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이버 보안 : 도메인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사이버보안 정책 전환

사이버 보안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모든 시도들은 사상누각이다. 5G 통신망 및 사물인터넷 기기들에 대한 신뢰성 확보 및 보안 내재화(Security by Design), 외부 보안 전문인력의 집단지성 활용 및 공급망 보안(Supply Chain Security) 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보안이 또 다른 규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대표적인 것이 ‘망 분리’와 같은 도메인 중심의 사이버 보안 정책이다. 이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데이터는 활발하게 공유・활용되어야 한다’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철학과 상충되며, 관련 산업 육성에도 걸림돌이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보호’와 ‘활용’이라는 두 가지 딜레마 속에서 균형점을 찾을 때, 대한민국은 신뢰할 수 있는 초연결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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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블록체인 : 기술육성과 암호자산 제도화를 연계하여 미래 기회 선점

암호자산 투기 열풍을 막기 위한 정부의 필요불가결했던 억제 정책에,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마저 줄어들고 있다. 블록체인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점을 인지하고, 전향적으로 미래 기회를 선점하는데 정책 목표를 두어야 한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 관점에서 기술 활성화와 암호자산 제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암호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를 조속히 마련하고 이에 대한 조세, 회계 처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관련 스타트업의 규제 샌드박스 진입을 적극 허용해 ‘선시도 후정비’의 규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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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타트업 생태계 : 도전과 시행착오를 막는 각종 규제 혁신 및 행정적 절차 개선

스타트업 생태계는 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존 기업의 4차 산업혁명 합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 지속적인 창업촉진 정책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일정 수준 성숙했지만, 여전히 다산·다사·단명이 적지 않다. 정부는 스타트업 조력자로 관련법과 규정을 빠르게 정비하고 행정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적극행정을 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스타트업의 경영 재량 확대를 위해 근무 시간과 방식, 고용 대상 및 형태 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패자 부활’과 창업 재도전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실행되어야 한다.

 

7. 바뀌거나 바꾸거나 : 2백 년을 돌아보며

산업혁명 이후 지난 2백여 년을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후발주자였다. 그렇지만, 효율성에 기반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정부가 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국가 전체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산업을 성장시켰다. 미래 예측에 기반한 계획과 중앙집중적인 추진력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단기간에 급속한 발전을 이끈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산업과 경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제도, 과학기술 등 모든 영역에서 혁신과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은 이제 막 열렸다. 선도국과 비교할 때 분명한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크지 않다. 대한민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선진국들과 같은 선에서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지난 시간의 성공전략과 신화를 과감하게 떨쳐내야 한다. 변화는 늘 두렵고 힘들다. 하지만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면 결국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문이 점점 닫히고 있다. 고작 수년이 남았다. 지난 2백여 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바뀌어야 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바꿀 시기이다. ‘따르는 자가 아니라, 이끄는 자’가 되어야 한다.



2019년 10월,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pdf


2019년 10월,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부록).pdf



출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https://www.4th-ir.go.kr/article/detail/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