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계 방출 디스플레이(FED)는 CRT가 지니고 있는 결정적인 약점들, 즉, 열전자 방출로 인한 온도 상승, 전자들의 포커싱과 가속을 위한 고전압 인가, 그리고 주사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갖는 음극과 형광체간의 긴 거리, 즉 큰 부피와 두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고안되었습니다. 즉, 반도체와 박막, 후막 공정 등을 이용하여 마이크론 크기의 작은 전자총 어래이를 만들고, 이로부터 열이 아닌 전계(electric Field)로 전자들을 방출(Emission), 가속시켜서 형광체를 여기하여 빛을 만들어내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전자 방출원으로는 금속이나 실리콘 팁, 탄소 나노 튜브(Carbon Nano Tube, CNT), 혹은 표면에 형성된 나노 스케일 구조 등이 다양하게 적용되었고, 이러한 전자 방출원들이 각 화소마다 충분한 갯수로 존재하므로 주사 방식이 필요치 않습니다. 아울러, 전자 방출원이 형성된 음극 기판과 형광체의 양극 기판 간의 간격도 1mm 이내로, 형광체도 CRT 보다는 낮은 전압인 수 kV 정도에서 여기가 되므로 음극선관과 같은 수준의 영상을 평판 디스플레이로서 구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시작은 1968년에 미국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에서 금속 팁을 이용한 전계 방출 소자 어래이(Field Emitter Array, FEA)의 구조와 제조 공정을 제시함으로써, 반도체 기술로 제작되는 진공관, 즉, 진공 미소전자공학(vacuum microelectronics) 분야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를 발전시켜서 1985년에 프랑스의 LETI(Laboratorie d'Electronique de Technologie et d'Instrumentation)에서 보다 안정성있는 전자 방출원과 형광체 기술을 개발, 이를 적용한 디스플레이 소자를 시연하여 FED의 제품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기술을 이어 받아서 1992년에 FED를 생산하기 위한 벤처, PixTech이 설립되었고, 이후 몇몇 업체들이 개발과 생산을 목표로 합류하였으나 금속 팁 FEA가 갖는 한계, 특히 동작 안정성과 재현성, 대면적화, 그리고 생산성에서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답보 상태로 이어졌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삼성과 캐논 등에서 금속 팁 FEA를 대신하여 CNT 전자 방출원을 적용한 FED와 표면 전도성 전자 방출원 디스플레이(Surface-conduction Electron-emitter Display, SED) 등의 기술로 시제품을 시연하는 등, FED의 제품화를 적극 추진하였으나, LCD와 OLED, 두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끝내 상용화 의지가 꺾이고야 말았습니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 일본의 소니가 FED 개발, 상용화 의지를 가지고 2009년까지 노력하였으나, 결국 LCD의 위세에 눌려 좌절되었고, 이 기술을 이어받아 2010년부터 대만의 AUO(AU Optronics)가 개발을 지속하였으나, 2016년쯤 포기, 결국 FED는 시장에 나오지 못하였습니다.
FED가 좌절된 원인으로는 경쟁 디스플레이들의 장벽을 넘지 못하였다는 점이 치명적이지만, 기술 부분에서도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전자 방출원의 효율이 주로 전자가 방출되는 부분인 뾰족한 팁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부분이 이온과의 충돌이나 반응에 의해 손상을 입는다는 점입니다. 이때 이온들은 잔류 기체들에 고전압이 걸리면서 발생하게 되죠. 다른 문제점은 디스플레이 내부가 CRT와 비슷한 이유로 진공으로 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장시간 동안 작동하여야 하는데, 전자나 이온과 충돌하는 형광체로부터의 잔류 기체 등이 진공도를 떨어뜨려 성능에 영향을 줍니다. 이 외에도 전자 방출의 균일성, 저전압 형광체 기술의 미흡, 게이트 및 매트릭스 구동이 만만치 않았던 점등이 난점들이었습니다.
FEA와 FED가 활발히 연구되었던 1990년대부터 10여년간의 시기는 국내외 연구자들이 진공 미소전자공학의 매력에 한껏 취해있던 시기였습니다. FED의 연구에는 반도체 기술을 비롯하여, 마이크로 나노 미세 가공 기술, 전자기 시뮬레이션, 물리 화학적 이론과 소재, 회로와 시스템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었으며, 비록 평판 디스플레이로써의 꿈은 좌절되었을지라도, 이를 이용한 파생 기술과 소자, 즉, 진공 터널링 소자, 센서와 마이크로 진공관, 휴대용 x-ray 발생기, 그리고 이오나이저 등이 지금까지도 그 꿈을 이어가며 제품화와 실용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초의 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은 실패하더라도 값진 경험과 이로부터 얻어진 산물들, 결국은 그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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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생각해보기
a. FED는 브라운관의 어떤 약점들을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였을까
b. Field emission은 그래도 특징과 장점이 있다. 어떤 특징이 있고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 디스플레이는 아니더라도
c. 진공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어떤 학문이고 실용적으로 볼 때 어떤 의미일까
# 수식과 이론,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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