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학회 매거진, 창간호
시~ ‘첫사랑’~이 실렸네
이 매거진의 첫사랑이~ 영원하기를
ㆍ
ㆍ
첫사랑/BK
사랑이 사랑인 줄을 알았을 때
그녀를 태운 꽃가마는 고개 마루를 넘고 있었다
그녀가 냇가에서 빨래를 할 때
조약돌을 던져 물방울로 치마를 적시면서도
그녀가 우물에서 물을 길을 때
몰래 다가가 물통에 버드나무 이파리를 뿌리면서도
그녀가 툇마루에서 다듬이질을 할 때
괜한 마음에 담 너머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것이 사랑인지는 몰랐으리라
그녀가 미운 듯 눈을 흘길 때에도
그녀가 작은 손을 낮게 치켜들 때에도
그녀가 알 듯 모를 듯 웃음을 지을 때에도
그것이 사랑인지는 몰랐으리라
그녀가 연지곤지에 족두리를 쓰던 날
눈물 가득한 눈이 마주쳤을 때
벗들과 동동주 몇 잔 걸치고 뭔지 모를 서운함에
괜스리 뒤돌아 보고 헛웃음을 지을 때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고무신을 양손에 들고 숨이 차도록 달려가
느티나무에 올라 황혼 속을 떠가는 꽃가마를 볼 때
눈물이 쏟아져 내려 천지가 붉은 색으로 물들어 갈 때
돌아오라고 돌아오라고 목이 메이도록 소리지를 때
이토록 가슴이 저밀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이별이 이별인 줄을 알았을 때
그녀를 태운 꽃가마는 고개 마루를 넘고 있었다